LNG선 7척 올 첫 수주 임박, 대우조선 봄날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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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해 건조할 예정인 LNGFSRU와 동급 사양의 설비. [사진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해 건조할 예정인 LNGFSRU와 동급 사양의 설비. [사진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첫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회사와 건조의향서 체결
최대 2조 규모, 변수 없으면 계약
4월 회사채 만기 위기는 계속

대우조선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회사인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와 17만3400㎥급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7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통상 선사는 발주 직전 단계에 조선소와 LOI를 체결하고 이변이 없는 한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엑셀러레이트가 FSRU 1척을 우선 주문하고 나머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발주할지를 결정하는 조건이다. 양사는 현재 구체적 계약 금액, 인도 기일 등 세부 조건을 협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17만3400㎥급 LNG-FSRU의 현 시가는 약 2억3000만 달러(약 2635억원)이다. 7척을 모두 수주할 경우 약 16억1000만 달러(약 1조8400억원) 상당의 계약이 된다.

대우조선 측은 본 계약을 4월 중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척 발주는 확실시 되지만 나머지 6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통상 이런 종류의 계약에서 옵션 선박은 2~3년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발주한다.

엑셀러레이트 에너지는 LNG-FSRU 1척, LNG 재기화운반선(LNG-RV) 8척, 일반 LNG선 1척 등 총 10척의 LNG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보유하고 있는 설비 모두 대우조선이 건조한 것이다. 대우조선이 2005년 독자적으로 설계한 첫 LNG-RV를 사갔고, 2011년 8월에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17만3400㎥급 LNG-FSRU를 주문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LNG-FSRU는 육상터미널 건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다. 천연가스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곳이나 육상설비 건설이 어려운 지역에 만들어진다. 엑셀러레이트는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와 더불어 LNG-FSRU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수주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진행된 건조의향서 체결식에 참석한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대우조선과 엑셀러레이트 양사 모두 LNG-FSRU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첫 대형 수주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대우조선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약 4조2000억원을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버텨온 대우조선에 남아있는 현금은 2월 현재 약 7000억원 정도다. 당장 다음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4월 21일에 44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엑셀러레이트와 첫 LNG-FSRU 계약이 4월 초에 체결돼 선수금이 입금된다 해도 유동성 위기에 숨통을 틔워주기엔 역부족이다. 선수금은 통상 전체 금액의 10~20%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 척이라도 더 수주해야 할 상황이라 정 사장은 미국 텍사스에서 의향서 체결식을 마친 뒤 귀국하지 않고 바로 다음 미팅지로 이동했다.

대우조선이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는 약 9400억원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 기대하고 있는 수주가 모두 하반기에 몰려 있어 여전히 긴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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