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야 합의개헌안 요강을 보고… 구병삭 <고려대 교수 헌법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온 국민이 기대했던 제9차 개헌안 요강이 여야 합의로 나오게 되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7월31일 8인 정치회담이 시작된 이후 한달동안에 10차의 회합을 통하여 여야 양당의 개헌시안이 조정됨으로써 50여 조항을 신설 내지 개정했다.
합의된 개헌요강에 관해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8차의 개헌과 비교해 볼때 가장 민주적이고 현재와 미래에 합당한 시안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에 대해서는 불만스런 것도 있어 조문화과정에서 보완되기를 바란다.
우선 전문 및 총강에 있어서 상해임시헌법 (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는다고 하는 명시는 우리 헌법의 일제하 단절을 연결시켜주고 그 뿌리와 정통성을 찾는 것이된다. 국민의 저항권행사의 의미 부여와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 보장은 새로운 규정으로 민주화의 발판이 된듯하다.
그런데 총강에 규정해야할 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헌법의 최고 법규성, 법치주의, 국민의 헌법수호 의무등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보다 명백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본법 분야에 관해서는 신설 내지 진일보한 규정이 많다. 먼저 신체의 자유에 있어서 체포·구금때 가족에게 고지하는 의무와 구속적부심사 범위의 제한을 철폐하여 전면 인정한 것은 퍽 다행이다.
그러나 보안처분 요건을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게한 것은 현행의 「사회안전법」과 「사회보호법」의 내용을 그대로 적합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명확히 헌법에 근거를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명시는 법관에 의한 재판 이외의 행정처분에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인간 존엄의 가장 근본인 생명권보호와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이 완전히 보장되고 형사피고인의 무죄 추정권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유의해야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는 우리가 바라던 언론 (신문기능의 보강사항은 법률로 정함), 출판에 대한 허가와 검열금지, 집회· 결사의 허가금지등이 제대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평화적 시위와 신문등 시설기준의 법정, 편집· 편성의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조문화 작업때 반영해야할 것이다.
청구권적 기본권 중에서 형사피해자 구제에 있어 이제까지 없던 형사피해자의 재판진술권과 형사피해자 국가 구조의 신설은 바람직하고, 형사피해보상청구권자의 범위를 현행의 무죄판결 외에 불기소처분 피의자에게까지 확장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회권적 (생존권적) 기본권에 있어서는 약자인 근로자가 바라던 최저임금제가 신설되고 법률로 유보되었던 단체행동권의 제한이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방위산업체로 한정된 것도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교원의 지위 향상과 대학의 자율성 보강, 보건권 강화와 주택문제, 공무원의 권노삼권에 대한 법률 유보의 신설이 보이지않아 아쉬운 감이 있다.
또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포괄적 제한 조항에 있어서도 불가피한 경우에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국회에 관한 개정도 현행보다 발전적이다.
특히 국정감사권을 신설하고 조사권을 존치한 것은 행정부의 부정부패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정감사와 조사권 발동의 의결정족수, 국무총리· 국무위원의 국회 출석· 발언권 인정, 득표율에 의한 비례대표제, 통일정책에 대한 국회동의권등을 구체적으로 보완해 두어야할 것이다.
정부에 관해서는 직선제 대통령과 대통령 입후보 요건에 5년이상 계속 국내거주 요건의 삭제는 당연하다. 비상조치권을 삭제하고 그대신 긴급재정· 경제처분권과 동명령권으로 대치한 것도 무난하며,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삭제는 매우 잘한 것이다.
다만 국정자문회의·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를 명칭을 바꾸어 설치하는 것은 그 효용에 있어서 의문이고, 비상계엄 선포 요건 강화와 사후심사제도는 반드시 두어야할 것이다. 그래야 난용을 방지할 수 있다.
부통령제를 신설하지 않고 국무총리제를 존속케한 것은 대통령유고시의 후계자 및 지도자 양성등에 불합리한 점이 있게 된다.
또 대통령의 5년 단임제보다 6년 단임제가 보다 안정된 장기적인 계획행정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법원에 관해서는 대법원장 임명방법을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6년 단임),대법관임명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어 현행보다 발전적이다. 그러나 이왕 사법권의 완전독립을 목표로 한다면 법관추천회의에서 추천된 사람을 위와같은 절차에 의해 임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그리고 법원 자체의 예산편성권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인정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 점도 보완되기를 바란다.
헌법재판소의 신설은 이번 여야 합의개헌안 요강에서 가장 획기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관장 사항도 위헌법률심사, 정당해산심판, 탄핵심판, 국가기관간의 권한분쟁에 대한 심판,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의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등이다.
특히 헌법소원제도의 채택은 개인이 직접 법률의 위한 여부를 청구할 수 있어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억제 기능을 하게되므로 지극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재판관의 구성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 점은 당연히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재야 법조계 및 법학계가 추천한 사람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문제는 외국의 예와 같이 우리 한국은행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게하고 정부의 간섭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경유착· 관치금융이라는 풍조가 사라질 것이다.
경제분야에 있어서는 경제력남용 방지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산업민주화를 위해 규제하고 조정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하도록 하고 농어민의 이익보호를 새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한 소득분배에의 노력이 담긴 조항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선거연령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으나, 앞으로 선거권확대에 노력해야할 것이고,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발안권도 인정하여 참정권을 폭넓게 보강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