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벌떡 일어나 소변…보통 일이 아니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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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문득 눈이 떠지는 순간이 있다. 아마도 맥주나 커피를 많이 마셨거나, 자기 전에 밥과 짠 국물을 같이 먹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방광ㆍ신장 기능이 안 좋아서일 수도 있다.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면 밤잠을 설칠 때도 많다. 이처럼 밤에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일어나는 '야간뇨'는 특수한 증상일까. 답은 '아니다'다.

국내 성인 남성 10명 중 4명은 야간뇨 증세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성심병원의 방우진 비뇨기과 교수팀은 2011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19~103세 남성 9만2626명을 분석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의 41.8%는 밤에 자다가 한 번 이상 화장실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번 이상 소변을 보는 남성 비율도 17.6%에 달했다. 5명 중 1명꼴로 화장실을 자주 오가고 잠도 깊게 자지 못 하는 것이다.

야간뇨는 나이와 소득 수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연령대별로는 젊은층보다 고령층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10살 많아질 때마다 1.44배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소득층의 야간뇨 유병률은 고소득층의 1.27배였다. 또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그룹은 스트레스가 없는 그룹과 비교해 야간뇨를 겪는 비율이 1.38배에 달했다. 저체중, 저학력, 긴 수면기간도 상대적으로 야간뇨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방우진 교수는 "수면시간이 길면 소변을 볼 가능성이 커지는데다 야간뇨가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줘서 수면 시간을 늘리는 측면도 있다. 저학력자는 소득이 적고 질병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라 여러가지 병이 생기고 야간뇨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밤에 소변을 보려고 깨는 원인은 뭘까. 일반적으로 당뇨병ㆍ심부전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소변량이 늘어나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고혈압 환자는 약에 이뇨제가 포함된 경우가 있어 소변 보는 횟수가 늘어나곤 한다. 짠 음식을 자주 먹는 등의 잘못된 식습관,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의 과다 섭취, 음주 등도 영향을 미친다.

야간뇨 증세가 약하면 저녁에 수분 섭취를 줄이고 자기 직전에 소변을 보는 등 생활 습관을 바꾸는 걸로 해결할 수 있다. 그래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약물치료나 수술을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방 교수는 "평상시 음식을 싱겁게 먹고 음료도 늦은 시간에 마시는 걸 자제해야 한다. 또한 잠을 푹 자게 되면 야간뇨가 줄어드는만큼 규칙적으로 운동하거나 낮잠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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