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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청년 일자리,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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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를 포기한 ‘4포 세대’가 되어 시대를 비관한다. 정성으로 키우고 힘들게 교육시켜서 청년 백수가 된 자식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대선 공약으로 공무원 늘리거나
청년 실업자의 생활비 지원은
재정에 부담 주고 부작용 우려돼
정부가 청년 5만 명을 선발해
혁신 중소기업 취업 지원하자는
‘리셋 코리아’ 제안이 훨씬 효과적

청년 실업률이 10%에 달한다. 구직활동을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43만 명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실업률이 높지만 한국은 전체 실업자에서 고학력 청년 실업자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높다. 취업 포기자, 단시간 근로자도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중앙일보가 기획한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 동력을 복구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청년 실업을 꼽았다. 경제를 살리고 규제를 완화해 창업을 촉진하며 우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 더 많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앞으로의 5년은 인구 구조의 커다란 변화 때문에 청년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매년 100만 명이 넘게 태어났다. 당시에 여성 1명은 평균적으로 6.1명의 자녀를 낳았다. 지난해 출생아가 41만 명이고 출산율이 1.2이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제 만 54~62세가 되어 은퇴를 시작했다. 이들이 결혼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났다. 91년부터 95년 사이에 매년 평균 72만 명이 출생해 80년대 후반보다 신생아 수는 연평균 8만 명 이상 많았다. 그 이후 98년 63만, 2001년 55만 명으로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20대 청년들이 되었다. 최근 청년 실업자가 많은 것은 우리 경제가 나빠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를 찾는 청년 수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20~29세 청년 인구는 2011년에 비해 18만 명이 더 많다. 실제로 청년 취업자는 과거 5년간 9만 명 넘게 늘었지만 일하려는 청년 인구가 많아서 실업자도 11만 명 이상 늘었다.

통계청은 20~29세 인구가 2021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다가 22년에는 지금보다 16만 명, 23년에는 39만 명이 줄 것으로 예측한다. 그때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쉬워질 것이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부분 은퇴하면서 노동력이 오히려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이 많아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애 첫 일자리를 오랜 기간 갖지 못하면 배운 지식과 기술을 낭비하게 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정부가 직업교육과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을 기업들과 연결해 주는 등 취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청년들이 창업을 연습하고 미래 기술을 익힐 기회를 확대하며 창업할 때 자금과 맞춤 컨설팅을 지원해야 한다.

‘리셋 코리아’는 정부가 5만 명의 청년을 선발해 임금과 연금을 상당 부분 부담하면서 혁신 중소기업에 근무하게 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현재 큰 효과가 없는 일자리 대책 예산 1조원을 가져와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인생의 패배자로 취급받는 낙인효과를 청년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취업난이 더 심하다. 구직자도 눈높이를 낮추어야겠지만 당장은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청년 산업지원단’과 같은 명칭으로 선발하고 일정 기간 혁신 중소기업에 파견해 기술 개발, 해외시장 개척, 법률·회계 업무 등을 지원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리거나 모든 청년 실업자에게 생활비를 보조하는 정책들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잘못 운영되면 재정 부담이 영구적으로 많아지거나 실업을 장기화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예산을 확대해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혁신 민간 기업에 고용을 지원하며 필요한 부문의 공무원 채용을 제한적으로 늘리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55세 이상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줄여 청년세대와 일자리를 나누는 ‘세대 간 상생 고용’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한 효과적인 청년 실업 대책이다. 더불어 정부가 세제 지원으로 출산, 육아에 힘든 부부들에게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제공하고 젊은 청년들을 추가로 고용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면 청년 일자리를 만들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이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동시에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일자리를 함께 나누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