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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만나는 신안선과 신안선 닻

중앙일보

입력

배와 닻은 실과 바늘의 관계다. 닻은 항해에 지친 배를 바다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 해양고고학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신안선. 하지만 지금까지 짝 잃은 기러기처럼 닻과 떨어져 있었다. 그 신안선과 닻이 다시 만나게 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오는 14일부터 전남 목포시 해양유물전시관 신안선실에서 신안선과 닻의 만남을 기념하는 ‘45년 만의 재회(再會), 신안선과 닻’ 테마전을 연다.

신안선은 중국 원나라 때의 대형 무역선이다. 1975년 8월 한 어부가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도자기 6점이 발굴 계기가 됐다. 76년부터 84년까지의 오랜 발굴 조사를 거치고, 다시 20년간 선체 보존·복원 과정을 거친 다음 2004년부터 신안선실에서 전시되고 있다. 중국 도자기 2만 4000 점을 비롯하여 동전 28톤, 자단목 1000여 개가 실려 있었다. 당대 동아시아 교역 양상을 일러주는 타임 캡슐로 불린다 지난해 발굴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신안선 닻은 선체 발굴 4년 전인 72년에 한 어부가 우연히 발견했다. 조사 지점에서 2km 떨어진 지점으로 옮겨져 정치망(자리그물) 어장의 그물추로 사용되다가 1976년 11월 신안선 발굴조사단에 의해 인양됐다. 강철로 만든 쇠닻(철묘·鐵錨)으로 갈고리 모양의 닻가지 4개가 달린 ‘사조철묘(四爪鐵錨)’ 형식이다. 길이 230㎝, 너비 92㎝, 무게 140㎏에 이른다. 인양 이후 지금까지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측은 “고대 중국의 배에서 사용한 닻의 종류와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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