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석달만에 사표 쓴 조성민 "권력형 비리라는 생각 들어 퇴사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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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사진) 전 더블루K 대표가 7일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에 대해 "권력형 비리를 갖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1월 말부터 퇴사를 마음 먹고, 그로부터 두달 후 퇴사했다"고 밝혔다.

"경제수석, 문체부 차관…최순실 파워가 어디까지 미치는 것인지 두려워"

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더블루K의 대표를 역임했다.

이날 재판에서 조씨는 "지난해 1월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 스포츠선수단 창단 제안서를 만든 다음주에 바로 김 전 수석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최 회장(최순실)의 정·재계 인맥이 넓다는 것이 교문수석 정도라고 생각해 큰 의심을 하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후 안종범 전 수석과 김종 전 차관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하면서 "권력형 비리를 갖고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권력형 비리 의혹 외에도 최씨의 인성을 퇴사 결심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최씨가 부하직원을 대할 때 상당히 모멸감을 준다"며 "사람으로 취금하지 않고, 억압하고 지시하는 스타일로 강압적이었다. 제 자존심도 상당히 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씨가 더블루K 업무를 지휘했다는 구체적 증언도 나왔다. 조씨가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자료들을 최씨에게 보고했고, 최씨가 직접 수차례 수정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독일에 있던 최씨가 전화로 '안 수석이 전화할테니 일 처리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지난해 1월 26일엔 안 전 수석과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함께 만났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안 수석이 문체부 현직 차관을 불러내 민간기업 대표를 소개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등 이례적인 일들이 벌어지자 "이해가 잘 안되고 두려움을 가졌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파워가 어디까지 미쳐있다는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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