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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풀이 폭력은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 두대도 아니고 1만5천대의 택시가 파업을 했다면 그만한 곡절이 있을 것이다. 벌써 며칠째 수도 서울에서 그런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파업은 노사분규의 마지막 단계다. 타협을 하다 하다 안되면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사태가 이쯤되면 제3자의 동정과 공감을 받을만도 하다.
그러나 요즘 서울의 회사택시파업은 시민들로부터 동정은 커녕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불편을 주는것은 둘째치고 멀정하게 영업을 하는 다른 택시들을 위협하고, 돌팔매질을 하는가 하면 승객에게도 폭행을 가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부근에서는 무려 50여명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다니면서 닥치는대로 폭력을 휘둘러 도로가 30분이나 막히고 여러 사람이 다쳤다. 어떤 곳에서는 20여명이 운행중인 운전기사를 포위해 폭행을 자행했고, 어떤 운전사는 이가 부러지고 입원까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파업운전기사들이 이런 난폭한 행동을 하게된 것은 파업 효과가 기대에 이르지 못한 분풀이인것 같다. 그러나 기대했던 대로 다수시민들이 심한 불편을 겪고 출근 전쟁이 벌어져 도처에서 아우성이 일면 그 상황이 과연 흡족하다는 말인가.
누누이 지적한것처럼 택시 역시 공공성을 가진 대중교통수단이고 따라서 택시 종사자들은 노사를 막론하고 공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시민에게 명랑하고 쾌적한 교통환경과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비스는 커녕 법과질서를 외면하고 혼란을 부채질하고, 집단폭행을 일삼는 것은 이유가 어떠하든 공감을 살수 없다. 그런 행태를 보고 잘한다고 박수 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벌써 격분한 시민들의 항의들이 빗발치고 있잖은가.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택시 안타기 운동이라도 벌이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운전기사들의 투쟁상대는 회사와 사업주인데 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폭행까지 가하는지 이해할수 없다.
이처럼 시민들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되면 운전기사들의 입장은 도리어 불리해진다는 사실도 분별해야할 것이다.
잘알다시피 그동안 시민들은 택시가 난폭과 과속운전에 합승과 승차거부등을 일삼아도 묵묵히 참아 왔다. 번번이 말뿐인 서비스개선을 내건 요금인상때도, 병산제를 실시할적에도 군말없이 따라주었다.
택시 기사들은 시민을 더 이상 괴롭힐 명분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는 택시사업주들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만의 하나라도 사업주들이 시민의 비판을 등에 업고「어디 갈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국민의 원성은 그들에게도 돌아갈것이다.
택시업이 어려우니, 적자니해도 회사택시 프리미엄이 한대에 1천7백만원을 홋가하고 있으며 택시업하다가 망한 경우도 많지 않은것 같다.
대화와 타협의 여력은 그만큼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택시업계의 노사는 어느쪽이든 시민의 원망을 들어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다시 무릎을 맞대고 얘기를 시작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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