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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소믈리에 2000명 길러낸 ‘차 스승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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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승호 대표는 “차를 가까이 한 후부터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피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정승호 대표는 “차를 가까이 한 후부터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피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전 세계에서 온 찻잎 700여 가지가 보관돼 있고, 러시아에서 차를 끓이는 전통 주전자 ‘사모바르’가 놓여있다. 다양한 크기의 찻잔들도 진열된 이곳은 차(茶)를 연구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이다. 정승호(45) 대표는 “한국에서도 차는 격식이 아니라, 생활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차가 예전보다 대중화되긴 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차 소비국 순위에서 하위 10% 안에 들어요. 반면에 터키·영국·중국 등에선 차를 물처럼 자주 마시죠.”

컨설턴트서 차전문가 변신 정승호씨
“한국은 차 소비 하위 10% 국가
경쟁력 있는 유자차 세계 알릴 것”

그는 한국의 1세대 티소믈리에다. 2011년 서울 신사동 등지에 연구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차 전문가들을 배출했다고 한다. 티소믈리에는 세계 각지의 차 종류와 특색을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적절한 차 메뉴를 추천하는 일을 한다. 차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산지·품종·가공방법 등에 의해 분류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가지에 달한다. 그는 “차의 맛을 결정하는 3대 요소는 찻잎의 양, 차를 우리는 시간, 물의 온도로 차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 ”고 설명했다.

1990년대 캐다나와 한국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정 대표는 하루에 커피를 열 잔 가까이 마신 적도 많았다. 문득 ‘차 한 잔이 주는 여유를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의사였던 외할아버지가 말레이시아 왕의 어의로 파견돼 일하셨어요.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가면 홍차에 우유를 타서 주셨는데 달콤한 맛이 환상적이었죠.” 차와 ‘재회’한 그는 휴가 때면 차를 주제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아예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차 공부에 나섰다. 인도·스리랑카·일본 등지의 차 산지에서 차 전문가 교육을 받은 뒤 차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그는 조바심을 잘 내던 성격이었지만 차를 가까이 한 뒤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그는 “요즘 다양한 재료를 블렌딩 한 차 음료가 대세”라면서 티백을 활용한 손쉬운 블렌딩 법을 소개했다. “달콤한 맛이 나는 허브 티백과 쌉싸름한 허브 티백을 함께 넣어 마시거나, 홍차와 레몬그라스를, 녹차와 민트를 함께 마시는 식이에요.”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은 최근 차와 칵테일을 융합하는 『티소믈리에가 만드는 티 칵테일』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유자 껍질을 설탕에 절여 만든 유자차와 한방차는 세계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면서 “한국의 차를 세계에 소개하고, 세계의 차를 한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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