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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문재인 ‘공공 일자리 81만개’ 공약 … 21조 비용엔 연금 미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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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공부문에 81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건 가능한 공약일까.

정년 보장하는 공무원 형태가 되면
다음 정부 재정 부담은 더 커져

OECD 대비 공공 고용 비율 낮지만
공무원 인건비 비중은 큰 차이 없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일자리 공약에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 만들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81만 개 공공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결국 증세하자는 주장”(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세금을 얼마나 더 거둬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5일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을 방문해 입원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간병인이 필요 없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민간병원까지도 이런 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민기 의료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 전 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5일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을 방문해 입원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간병인이 필요 없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민간병원까지도 이런 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민기 의료원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 전 대표. [사진 오종택 기자]

81만 개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을까. 문 전 대표 측은 지난해 6월 발간된 ‘한눈에 보는 정부 :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를 기반으로 숫자를 산출했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이 21.3%다. 반면 한국은 7.6%(2013년 기준)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문 전 대표 측 일자리 공약 담당인 김용기 아주대(경영학) 교수는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스위스의 공공부문 고용 비율이 15%(2009년)에서 18%(2013년)로 최근 3%포인트 증가했다”며 “한국에서 3%포인트를 높이는 건 매우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활동인구(2700만명)에 3%를 적용하면 81만 명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ECD 국가와의 비교에서 공무원 ‘숫자’에만 집중하고 ‘보수’는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한다. 일반 정부 지출 중 공무원 보수 지급에 쓰인 비율은 한국이 21%(2014년 기준)다. 보수지급에 나가는 지출은 OECD 평균(23%)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공부문에 81만 명을 추가 채용하면 한국이 OECD 평균에 비해 ‘정부 지출 중 보수에 쓰는 비율’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결국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니면 전체적인 정부 지출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추가재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 측은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매년 4조~5조원씩 5년간 21조505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인력 충원에 드는 재원을 계산하면서 대통령 임기인 5년 만을 계산에 넣은 것이다.

50대 근로자의 공무원 평균 근속연수는 보통 27년 안팎이다. 결국 5년을 뺀 나머지 20여 년에 대한 계산은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다음 정부가 인력을 채용하면 다음 정부는 버틸 수 있다”며 “오히려 정년을 보장하는 공무원의 형태가 되면 그 다음 정부로 이어지면서 재정부담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과 각종 수당 등 순수 급여 이외의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비용이다. 김용석 서울시의원(국민의당)이 지난해 서울시 교육 예산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에 속한 교육공무원의 1인당 평균 보수는 6496만원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건강보험료 등 법정부담금까지 포함한 평균 인건비는 8173만원이었다. 급여의 25.8%(1677만원) 정도가 재원으로 더 필요했다는 의미다. 김승욱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공무원을 채용하면 드는 비용은 단순히 보수만 보면 안 된다”며 “공무원연금법이 (2015년) 개정되면서 공무원은 10년만 근무해도 연금을 줘야 하고, 이 비용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결국 문 전 대표 측이 밝힌 연 4조~5조(5년간 21조)의 비용 외에 추가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잡셰어링, 직원 간 갈등 유발 논란도

문 전 대표 측은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 등 휴일·초과근무로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피로도 덜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일종의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 개념으로 증원을 하면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 쓴 ‘공공기관 임금실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월 이명박 정부도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추진했으나 신입 직원 및 기존 직원의 퇴사를 발생시키고 직원 간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창원 한성대(행정학) 교수는 “소방공무원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수당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질급여가 줄어드는 부분을 받아들이겠다는 비율이 70~80%에 달할 정도로 공무원들도 호응하고 있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글=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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