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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좋은 줄 알았던 집주인이 스토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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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동산크리피. 영어 단어 ‘크리피(creepy)’가 ‘오싹한’ ‘기이한’을 뜻하니, ‘으스스한 부동산’ ‘기이한 부동산’쯤으로 해석되는 조어(造語)다. 격월간 문예지 ‘릿터’ 4호(2·3월 분·사진)의 특집 제목이다. 문학잡지로는 이례적으로 문학 바깥 실생활 소재인 부동산을 특집으로 다뤘다. 특집에는 모두 9개의 글이 실려 있다. 소설가 4명(이주란·조남주·정아은·황현진)이 부동산 소재 짧은 소설을 한 편씩 썼고, 인류학 전공자, 풀뿌리 활동가, 현직 체육학과 교수이자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배경의 필자 5명이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섬세하게 살폈다.

격월간 문예지 ‘릿터’ 부동산 특집
보증금·개발에 얽힌 오싹한 글들 실어

부동산 불패신화의 역사,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에 관한 오해와 진실, 부산 해운대의 부동산 광풍 등을 도마에 올린다. 한결같이 으스스한 부동산 얘기들이다.

이주란의 ‘완벽한 집주인을 만나는 법’은 마음씨 좋은 줄 알았던 새 집주인이 스토커로 돌변하는 이야기, 황현진의 ‘잃어버린 귀갓길’은 보증금 3000만원이 물려 자포자기식 음주를 반복하는 쥐꼬리 월급생활자의 처지를 실감나게 그린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바벨탑 해운대: 욕망의 성취, 탐욕의 시작’이라는 글에서 해운대 개발붐이 시작된 1990년대부터 최근 불거진 비리백화점 엘시티(LCT) 사건까지, 민·관·업자가 합작한 해운대 고층아파트군의 병리현상을 촘촘히 정리했다. 인류학 연구자인 정헌목의 글은 정권에 따라 널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그에 따라 휘둘려온 수도권 아파트 개발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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