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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뚫은 AI 이어 구제역까지, 가축방역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충북 보은군 한 젖소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소가 나왔다. 서울 시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된 데 이어 구제역까지. 정부의 방역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구제역이 의심되는 소가 있다는 신고가 보은 한 농장으로부터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농장에선 195마리 젖소를 기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해당 농가에 초동방역팀을 보냈다. 사람과 가축의 이동을 막고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측은 “구제역으로 확인되면 가축전염병 예방법과 구제역 방역실시 요령, 긴급 행동지침에 따라 필요한 추가 방역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해당 의심축에 대한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확진 결과는 6일 나올 예정이다.

주로 조류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AI와 달리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가축이 걸린다. 고병원성 AI 못지 않게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도 높다. AI와 마찬가지로 국내 확산 때마다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구제역과 AI 모두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이전 한국에서 구제역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건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군에서다. 10개월여 만에 구제역 의심축이 국내에서 발견되며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I 확산세도 잡지 못해 달걀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국내 가축 방역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AI 첫 발생 이후 4일까지 819개 농가 3281만 마리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 됐다. AI 확산 속도는 잦아들었다 해도 종식 선언(AI 의심 신고 21일간 없어야 함)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주말 가금 농장에서의 AI 추가 의심 신고는 없었지만 서울시 한강변 야생조류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도선장에서 발견된 뿔논병아리 폐사체를 환경과학원에서 검사했더니 3일 고병원성 H5N6형 AI가 검출됐다. 현재 한국 내 가금류 농장에서 번지고 있고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야생조류에서의 AI 검출은 공식 발생으로 치지 않는다. 가금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야 AI 공식 발병으로 친다. 그러나 야생조류를 통한 AI 확산 위험이 여전하단 경고가 된다.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 시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 2015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방역 당국은 한강변에서의 야생조류 접촉, 반려동물 산책을 당분간 피하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서울 지역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바이러스(H5N6형)는 중국에서 ‘조류→사람’ 감염 사례가 나온 유형이다. 지난달 국내에서 ‘조류→고양이’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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