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덕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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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호 04면

어릴 적에 『돌아온 래시』라는 동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가족의 일원이었던 개 래시는 가장이 실직하자 부잣집에 팔려갔는데, 자꾸 도망쳐 원주인에게 돌아가니까 부잣집 노인은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 별장으로 보내버리죠. 하지만 래시는 탈출에 성공해 산 넘고 물 건너 원주인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동화에서는 래시의 우수함을 칭찬하며 누군가 주인공 꼬마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말도 순종과 잡종이 있어. 그 차이가 뭔지 아니? 순종은 목적지를 정하면 끝까지 달려가. 지쳐 쓰러져 죽을지언정. 하지만 잡종은 뛰다가 조금만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지.”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자기계발서 『그릿』을 설 연휴 기간에 읽다가 이 동화책의 이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그릿(grit)’은 ‘끈덕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저자인 앤절라 더크워스가 “인생의 성공에 있어서 재능이나 성적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빌 피츠시먼스 하버드대 입학처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태어납니다. 문제는 열심히 노력하고 투지를 발휘하도록 충분한 자극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죠. 결국 그런 사람이 가장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극을 받고 목표를 완수하려는 열정과 끈기야말로 재능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힘든 일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정진할 수 있기를, 진짜 새해를 맞아 기원해 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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