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았던 테러 거론하며 트럼프 옹호 나선 백악관

중앙일보

입력

켈리엔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 [출처 백악관]

켈리엔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 [출처 백악관]

'대안적 사실'이란 용어까지 창조해 백악관 대변인의 거짓 해명을 감쌌던 켈리엔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2일(현지시간) 실제 일어난 적 없는 테러를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콘웨이는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라크 난민 2명이 '볼링그린 대학살'를 주도했는데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볼링그린 대참사 후 6개월간 이라크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난민 정책도 이와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링그린은 켄터키주 워렌카운티에 위치한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다.

그러나 콘웨이가 말한 '볼링그린 대학살'이란 사건은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콘웨이의 주장에 대해 "볼링그린에선 이라크인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테러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언론이 볼링그린 대학살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콘웨이는 3일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하려던 말은 '볼링그린 대학살'이 아니라 '볼링그린 테러리스트'였다"며 말을 바꿨다. 2011년 볼링그린에선 이라크인 2명이 테러를 계획하다가 경찰에 발각돼 체포됐다. 그러나 이들이 꾸민 테러 계획은 볼링그린이 아니라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미 공영라디오(NPR)이 보도다.

오바마 정부가 6개월간 이라크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는 주장도 거짓이었다. WP는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던 관료를 인용해 "당시 오바마 정부는 볼링그린에서 이라크인 2명이 테러 주모 혐의로 체포되자 이라크인 난민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이로 인해 이라크인들의 비자 발급이 크게 지연됐다"며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인들의 입국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콘웨이의 말과 달리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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