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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남은 자산 거의 없어, 개인 투자금 전액 날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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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진해운이 이르면 17일 파산 선고를 받는다. 한진해운은 2일 “법원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86조 2항에 의해 회생절차(법정관리)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법원이 이렇게 결정한 근거로 한진해운은 “사업 청산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법원, 이르면 17일 파산 선고
자산 90% 매각, 선박도 대부분 반납
산업은행 등 총 1조원 빌려줬지만
충당금 미리 쌓아 큰 충격 없을 듯
국내외 인력 3900명, 대량 실직 우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한진해운 채권단에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채권자·관리인 등 이해관계인은 2주간 항고기간을 갖는다. 이후 법원은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일정대로라면 항고기간이 끝나는 17일 한진해운 파산이 선고될 수 있다.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파산재단이 설립되고 파산관재인(변호사)이 잔여자산을 매각한다. 파산재단은 자산을 매각하고 채무자에게 채무를 되돌려주는 역할을 하는 법인이다. 조양상선 파산 시 파산재단이 자산을 모두 정리하는 데 3~4년 정도 걸렸다. 한진해운 자산은 이미 90%가량이 매각됐거나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액 기준 한진해운 최대 자산인 미국 하역업체 TTI(Total Terminals International) 지분은 세계 2위 해운사 MSC가 인수했다. 또 다른 미국 자회사인 장비임대업체 HTEC(Hanjin Shipping TEC)도 매각을 완료했고, 경인터미널·광양터미널은 SM그룹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 반납도 완료했다. 빌려서 썼던 배(용선)는 용선주에게 반선했고, 한진해운이 구입했던 배(사선)도 선박금융을 제공하고 선순위담보를 잡았던 금융사에 되돌려줬다.

현재 남아 있는 자산은 일본 도쿄·오사카, 대만 가오슝의 터미널 관리 자회사 한진퍼시픽(HPC) 지분(60%)과 벨기에 안트베르펜 터미널을 관리하는 자회사 AIT(Antwerp International Terminal)의 소수 지분 정도다. SM그룹은 “파산재단이 향후 처분할 한진해운 자산 중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HPC 지분 등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산관재인은 법률이 정한 순위에 따라 채권자들에게 배당을 한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공익채권자에게 배당하고 나면 은행도 받을 돈이 거의 없다”며 “개인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날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한진해운에 빌려준 돈은 산업은행의 약 7000억원을 비롯해 총 1조원가량이다. 산업은행 등은 이미 파산에 대비해 100% 충당금을 쌓은 상태라 실제 파산 선고로 은행권이 받을 충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1300여 명에 달하는 한진해운 임직원은 상당수가 재취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SM상선이 250여 명, 현대상선이 50여 명의 한진해운 임직원을 채용했고 이 중 30여 명이 퇴사했다. 해외사무소 현직 인력(1800여 명)과 외국인 선원까지 고려하면 한진해운 인력은 3900명에 달한다. SM상선은 “컨테이너선 도입 규모가 결정되면 해상직 직원을 수십~수백여 명 추가 채용할 계획이 있고 해외 주재원도 별도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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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거래소는 한진해운에 ‘파산절차 진행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오전 11시24분부터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전날 상한가였던 한진해운 주가는 이날 17.9% 떨어진 780원을 기록했다. 이날 장 초반만 해도 미국 롱비치 터미널(TTI)과 장비 리스업체 HTEC의 지분 20%를 매각했다는 소식에 24% 이상 급등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이내 급락했다. 만약 이날 고점에 주식을 샀다면 한 시간도 안 돼 원금의 40%를 까먹은 셈이다.

문희철·고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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