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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서 ELS로…강남 부자들 ‘쩐의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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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부자들 재테크 보고서

한국 부자들은 자산의 50%가량을 부동산으로 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적지 않은 자금이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금융상품이나 외화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6% 땅·주택 경기 침체 예상
올해 기대 수익률 5% 안팎
CMA·외화예금 투자도 관심
자산비중 부동산 1위는 여전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한국 부자보고서(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다.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자의 자산관리 습관과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 부자보고서는 하나은행이 2007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 1028명에게 설문한 결과다.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富)를 논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부동산이었다. 한국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49.8%로 직전 조사(2015년 10월)에 비해 2.7%포인트 상승했다. 순자산이 많을수록 부동산 자산의 비중도 컸는데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부자의 경우 부동산 비중이 53%에 달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 규제 완화, 건설사 공급 물량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PB들이 분석한 부자들의 주된 자산 축적 방법도 ‘부동산 투자 성공’(30%)이 ‘부모로부터의 상속 및 증여’(31%)에 이어 2위였다. 설문에 참여한 부자들은 평균 45억원(시가 기준)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종류별로는 상업용 부동산이 43%로 가장 높았고 거주용 부동산(30%), 토지(15%), 투자목적 주택(12%)이 뒤를 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중에선 상가(55%)와 업무용 오피스텔(22%)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도 현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47%로 절반에 육박했다. 다소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반영한 듯 2017년 기대 투자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기대치가 대부분 5% 정도인 건 지난해 투자수익률이 저조했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대체로 향후 경기 흐름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향후 5년간 실물 경기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2%는 완만하게 혹은 빠르게 침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전 조사(26%) 때보다 16%포인트나 상승했다. 현 상태로 상당 기간 정체될 것이란 응답도 48%나 됐다. 경기 회복을 전망한 사람이 10%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부동산 경기도 응답자의 56%가 침체를 전망했다. 직전 조사에선 34%였다. 이에 따라 올해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부자가 많았다. 비율은 24%로 부동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응답자(12%)의 약 두 배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규제에 나서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보인다. <본지 2월 1일자 1, 15면>

2017년 부자들이 투자할 금융상품으로는 ELS와 주가연계신탁(ELT)이 1순위로 꼽혔다. 단기 금융상품(1년 미만 정기예금, CMA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정기예금(만기 1년 이상) 선호도가 직전 조사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PB서비스 이용자 1028명 대상 설문조사, 비율은 세 가지 복수응답 합계
자료: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

미국의 빠른 경기 회복과 달러화 강세 흐름을 반영해 해외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도 뚜렷했다. 앞으로 해외자산 비중을 현재보다 늘릴 것이라는 응답이 32%로,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2%)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자들의 약 82%는 이미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달러나 위안화로 표시되는 외화예금(64%)이나 달러구조화 상품(14%)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전체 금융자산의 5% 정도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지난해 한 달 평균 2326만원을 벌어서 970만원을 썼다. 한국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446만원, 지출은 342만원(2016년 3분기 가계 동향)이다. 보통 사람보다 부자들이 5.2배 더 벌고 2.8배 더 쓴다는 의미다. 상속·증여를 위한 준비도 활발했다.

부자들은 현재의 자산 중 50%를 노후 생활비로 쓰고, 43%는 자녀나 손자에게 상속 또는 증여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녀 명의로 전세 계약을 하고, 이후 전세금에 일정액을 보태 집을 사는 방식으로 증여를 한다”며 “자녀의 결혼은 부유층에 매우 중요한 상속 기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자들은 자녀(아들)의 결혼비용으로 평균 7억4000만원(딸은 6억200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중 대부분은 주택 구입비용이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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