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대신 공감을"…무슬림 소녀와 유대인 소년의 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를 반대하는 집회에서 만난 무슬림 소녀와 유대인 소년의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아버지 어깨에 올라타 손으로 쓴 팻말을 든 일곱살짜리 미리엄과 아딘(9)이 주인공이다. 미리엄의 아버지는 '공감(empathy)', 아딘은 '증오가 있을 곳은 없다'고 쓴 팻말을 들고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다. 검은색 히잡을 두른 미리엄의 손에 들려 있는 팻말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써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시위에 참가한 무슬림 소녀와 유대인 소년의 모습이 감동을 주고 있다.

CNN에 따르면 두 가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마주쳤다. 이날 공항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7개국 입국 금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언론 시카고 트리뷴의 사진기자가 찍은 이들의 모습은 SNS를 통해 퍼졌다. 이들은 사진을 찍힐 당시 무슬림과 유대인 식단 규정을 뜻하는 할랄과 코셔의 공통점에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터키 출신으로 시카고에 거주하는 미리엄의 아버지 패티 일디림은 입국이 금지된 이들을 돕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공항에 나왔다. 그는 이민자들을 돕는 변호사들을 위해 직접 쿠키를 구워오기도 했다.

랍비이기도 한 아딘의 아버지 조던 벤다트 아펠은 "우리는 유대인으로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어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역사는 우리가 불의의 편에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두 가족은 다음주 금요일 안식일 저녁에 만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들의 사진을 본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것이야말로 매 순간 싸울 가치가 있는 미국의 모습"이라고 극찬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주 전체를 '피난처 주'로 지정해 불법체류 이민자를 추방하지 않고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은 반이민 행정명령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앞서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도 본국 송환 금지 명령을 내렸고, 보스턴과 시애틀,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도 행정명령의 일시 중단 명령을 내렸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