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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잘 보려고, 860만 명이 TV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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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6일 ‘단판 승부’ 수퍼보울의 경제학

한겨울 추위는 혹독하다. 프런티어 정신을 강조하는 미국인들은 추위에 굴하지 않는 야외 스포츠 경기를 만들어냈다. 9월부터 겨울 내내 이어지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다. 해마다 2월 첫째 주 일요일엔 결승전 격인 수퍼보울(Super Bowl)이 열린다. 수퍼보울 주간이 되면 미국 전역이 들썩인다. 올해는 6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에서 제51회 수퍼보울이 열린다. 결승전에 진출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애틀랜타 팰컨스의 대결이다.

톰 브래디

톰 브래디

수퍼보울은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이벤트다. 2쿼터가 끝난 뒤 벌어지는 하프타임 쇼는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한다. 올해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나온다. 7만1500장의 입장권은 매진된 지 오래다. 티켓 거래시장(secondary market)에서 재판매되는 입장권 가격은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평균 4744달러(550만원)에 이른다. 가장 저렴한 티켓 가격도 2000달러를 넘는다.

미국인 절반 1억8850만명 시청 예상
추천 TV 톱10 중 9개 삼성·LG제품
닭날개 13억개 등 소비액 16조원
30초 광고 58억, 10년 새 2배 껑충
4회 우승 뉴잉글랜드 강세 점쳐
애틀랜타 60년 만의 우승 도전

수퍼보울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미국인들은 TV 앞에 모인다. 미국 인구 3억2400만 명 중 절반을 넘는 1억8850만 명이 TV로 수퍼보울을 시청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 수퍼보울을 보기 위해 고화질 TV를 구입하려는 팬들도 적지 않다. 미국 야후스포츠 등은 약 860만 명이 수퍼보울 시청을 위해 TV를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전업계는 2주 전부터 ‘수퍼보울 세일’에 들어갔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아예 수퍼보울 시청에 적합한 TV 순위까지 매겼다. 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무려 9개(LG 5개, 삼성 4개)가 한국산 제품으로 나타났다.

맷 라이언

맷 라이언

수퍼보울 당일엔 배달음식 판매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소매업협회(NRF)는 이날 하루에만 피자 400만 판에 닭날개는 13억3000만 개가 소비될 것으로 전망했다. 약 10㎝ 길이의 닭날개를 모두 이으면 지구를 3바퀴(약 12만㎞) 돌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이다.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선데이’엔 미국에서만 140억 달러(약 16조원) 이상의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NRF는 예측했다.

TV 광고료도 천문학적인 규모다. FOX가 중계하는 올해 경기의 광고단가는 30초 기준 500만~550만 달러로 추정된다. 30초 광고 액수가 약 58억원이나 되는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광고료가 두 배로 뛰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FOX가 수퍼보울 중계를 통해 얻는 광고수입이 총 2억4750만 달러(약 286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특급 스타와 유명 감독을 섭외해 30~90초짜리 광고를 제작한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미국인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광고가 많아졌다. 90초 광고에 174억원을 쏟아부은 현대자동차는 전설의 쿼터백 조 몬타나를 내세워 파병 군인과 가족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반면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트럼프의 반(反) 이민자 정책과 맞서는 이민자 스토리로 맞선다.

NFL 팬 53%, 애틀랜타 응원

미국 내에서는 애틀랜타의 승리를 기원하는 팬들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회사인 퍼블릭 폴리시 폴링이 지난달 NFL 팬 3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53%가 애틀랜타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잉글랜드를 응원하겠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자(58%-23%)도, 민주당 지지자(54%-27%)도 애틀랜타를 더 많이 응원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단장 겸 감독인 빌 벨리칙과 쿼터백 톰 브래디는 대표적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다.

애틀랜타는 1966년(65년 창단) 리그에 참가한 이래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명 쿼터백 브렛 파브(48·은퇴)를 트레이드한 뒤 ‘파브의 저주’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애틀랜타가 이번 수퍼보울에서 많은 응원을 받는 이유는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뉴잉글랜드는 네 차례(2001·03·04·14년)나 수퍼보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린 명문 팀이다. 애틀랜타 선수 중 수퍼보울에 출전했던 경기수를 다 합쳐도 5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브래디(6경기)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뉴잉글랜드는 ‘밉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수퍼보울 최다 우승(4회) 감독인 벨리칙은 팬도 많지만 안티팬은 더 많다. 2007년 일어난 ‘스파이게이트(spy gate)’가 발단이 됐다. 당시 뉴잉글랜드는 지정된 장소 외에 카메라를 설치해 상대팀의 사인을 훔쳐보다 발각됐다. 벨리칙 감독은 벌금 50만 달러, 뉴잉글랜드 구단은 벌금 25만 달러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박탈의 중징계를 받았다. 2015년에는 공기압이 낮은 공을 사용하다 발각된 ‘디플레이트 게이트(deflate gate)’도 있었다. 이 사건에 벨리칙 감독과 브래디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았지만 뉴잉글랜드 구단은 큰 비난을 받았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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