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라질 펀드’ 잘나간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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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말 선진국 펀드에 밀려 주춤했던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이 연초에 다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펀드 유형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이 8.88%로 가장 높았다. 중국(4.19%)과 인도(3.92%)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비해 미국 주식은 2.26%로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성적(3.42%)에 못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머니 무브’가 발생하면서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연말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선 694억8000만 달러가 순유입 됐다. 이 기간 동안 신흥국에선 150억 달러가 순유출 됐다. 하지만 올초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 25일까지 선진국 펀드에는 82억 달러가 들어왔지만 11일부터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에 비해 신흥국 펀드에는 3주 연속 자금이 유입돼 16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신흥국으로 ‘머니 무브’ 수익률 급증
일부선 “추가 상승할 여력 적다”

박주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에 대한 경기 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달러가 약세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대감에 대한 ‘거품’이 빠지면서 달러는 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28일 103.3까지 상승했던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25일 100으로 낮아졌다. 달러가 강세일 땐 환차손을 우려해 신흥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가 약세일 땐 신흥국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게 된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향후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달러 강세 기조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투자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좋아지면 선진국보단 신흥국이 더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되기 때문에 신흥국의 실물 경제에 대한 성장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가별로 접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유와 비철 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선진국보다 신흥국 주식이 더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된다”며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이나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성장률이 연간 7%에 달하고 내수 시장이 탄탄한 인도 시장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종우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의 경우 신흥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었지만 현재로선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많이 오른 브라질이나 러시아 시장보다는 평가 절하된 멕시코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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