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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끌고 유화 밀고…1월 수출 11%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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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수출 회복세가 새해에도 이어졌다. 1월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이고, 민간소비도 두 달 연속 감소하는 등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액은 403억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2%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3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은 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세 달 연속 증가한 것은 2014년 4월 이후 33개월만이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

두 자릿수 증가율엔 착시 효과가 있다. 지난해 1월 수출액이 365억 달러로 19.1%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월 수출액(403억달러)은 지난 4년간 1월 수출액 평균치인 432억 달러 보다 적다. 하지만 1월 수출 증가가 기저효과 만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기저효과가 일부 있지만 올 1월은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하루 부족했다”며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은 기저효과가 없었던 2015년 1월과 비교해도 각각 12억 달러, 2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41.6% 늘어난 64억1200만 달러를 수출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석유화학도 35억2000만 달러(34.9% 증가)어치를 수출했다. 채 실장은 “반도체는 중국에서 고용량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데다 D램 등 메모리 단가가 올랐다”며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국제유가가 상승한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총 403억 달러…석달째 플러스 행진
기저효과 감안해도 의미 있는 수치
주력 품목 자동차·조선 부진은 여전

실제로 4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2.34달러에서 1월 2.99달러로 올랐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 분야도 사물인터넷(IoT) 가전제품과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두바이유 가격도 지난해 배럴당 평균 41.41달러였지만 올해 평균 53.71달러로 약 12달러 상승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수출 개선은 좋은 징조”라며 “지난해 좋지 않았던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주력 수출품인 선박(-17.5%)과 자동차(-4.7%)의 부진은 여전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무선통신기기(-17%) 수출도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석유제품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셰일가스 생산을 늘릴 것을 천명하고 있다”며 "향후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세계경제에 퍼지는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변수다. 성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특정산업에 무역제재를 할 가능성은 크다”며 “중국과 일본, 독일 등과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수출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가시화될 수 있어 올해 수출 목표치를 올리는 건 이르다”며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통계청

현재로선 수출 회복세를 바탕으로 위축된 내수를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증가율이 0%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2.4%로 전년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최저치다. 민간소비(소매판매) 증감률 역시 -1.2%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홍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는데다 가계부채가 늘어나 소비심리가 축소되고 있다”며 “물가·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단기적 경기부양보다 신성장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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