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글어스로 가족 찾은 감동 실화 영화 '라이언' 개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라이언` 스틸컷.

영화 `라이언` 스틸컷.

무서운 음모와 피 튀는 폭력 장면으로 들끓는 극장가에 오랜만에 가슴 따뜻한 영화가 찾아왔다. 1일 개봉한 영화 ‘라이언’(가스 데이비스 감독)은 세계 언론으로부터 ‘반드시 눈물 흘리게 될 영화’(시카고 선타임즈), ‘실화만이 낼 수 있는 강한 울림’(스크린 데일리) 등의 상찬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길을 잃은 한 소년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25년 만에 집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그린다. 1986년 인도 중부의 부란푸르. 다섯 살 사루(써니 파와르)는 길을 잃어 집에서 1680㎞ 거리, 기차로 29시간이나 걸리는 서부 캘커타(현재의 콜카타)에 혼자 남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약 400㎞)를 두 번 왕복하고도 남을 거리에 다섯살배기가 홀로 떨어진 셈이다. 노숙 생활을 하던 사루는 결국 인도양 건너, 7600㎞ 떨어진 호주로 입양된다. 실제로 인도에선 매년 8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실종되고, 그 상당수가 아동 노동 시장으로 팔려간다. 영화 속 어린 사루도 그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갈 곳 잃은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된 채로 기차역을 배회하는 모습이 사루의 눈에 비친다. 과연 사루는 무사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영화가 그린 이야기는 실화다. 인도계 호주인 사루 브리얼리(35)의 자전 소설 『집으로』(원제 A Long Way Home, 인빅투스)를 원작으로 했다. 2012년 그가 인도의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한 이야기는 세계적으로도 화제였다. 25년 만에 가족을 찾은 사연만큼, ‘구글어스’라는 프로그램에 언론의 관심이 몰렸다. 5살 이후로 한 번도 인도에 가보지 못한 그가 오직 위성 지도 서비스에 의지해 고향을 찾았기 때문이다. 구글어스는 지구촌 곳곳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세계지리 정보 서비스다. 위성에서 찍은 고화질 사진과 함께 위치 정보와 건물의 이름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보안시설의 위치 정보 노출 문제로 논란을 불러온 프로그램이다.

오해를 풀자면, ‘라이언’은 홍보용 영화가 아니다. 구글의 기술력과 주인공의 ‘클릭 질’만 쫓지 않는다. 영화는 되레 사루의 감정선을 담아내는 데 더 공을 쏟는다. 청년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모국어도 잊고, 어린 시절의 기억도 흐릿하지만,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구글어스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 열망이 그를 고향으로 이끈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인류의 삶만큼, 영화 속 풍경도 급속도로 바꿔 놓고 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스노든’(올리버 스톤 감독)은 국가의 불법 사이버 감시 행위를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의 실화를 담았다. ‘스노든’이 첨단정보화사회의 공포를 그린다면, ‘라이언’은 첨단정보화사회에서 건질 수 있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다. 영화는 26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12일)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