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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문 주장한 트럼프, 매티스 반대하자 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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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친개’로 전 세계에 알려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취임 후 행보가 별명과는 딴판이다. 별명에 내포된 강경한 이념적 성향이나 군사적 모험주의의 냄새를 전혀 풍기지 않는다. 극우파가 포진한 트럼프 정부의 색깔과도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워싱턴포스트가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미 국방 ‘미친 개’ 별명과 다른 행보
“마틴 루서 킹이 강조한 인권 덕에
미군 오늘날 더 강해졌다” 발언도

매티스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동맹부터 찾았다. 지난달 24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며 “동맹인 나토 방어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기념일(25일)을 맞아선 국방부에서 기념식을 열어 간부 직원들에게 “우리 군은 인권과 평등을 위해 싸웠던 킹 박사를 비롯한 많은 이로 인해 오늘날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물고문의 효용성을 주장했지만 매티스 장관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매티스는 (고문을 허용하는) 내 지시를 무시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그럴 권한을 줬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트럼프 내각 중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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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장관은 2003년 이라크전 때 미군 주력부대의 하나인 2해병사단의 사단장이었다. 당시 작전 지연을 이유로 전쟁 중 부하 연대장을 해임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럼에도 매티스 장관은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문민 작전’을 실행했던 지휘관이기도 했다. 온라인 매체인 슬레이트는 당시 매티스 장관이 무슬림 주민들과의 친화를 위해 장병들에게 콧수염을 기르도록 권장했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라크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 때마다 알카에다는 무덤으로 향한다”는 어록도 남겼다. 이라크전 개전 전날 사단에 “전투는 이라크 국민과, 항복하려는 이라크군과 하려는 게 아니다”란 메시지도 내려 보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 별명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관철한다 의미 ”라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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