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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다양한 편의장치 달고 2000만원…오르막 재출발 땐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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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산 SUV 켄보 600

일부 중국 자동차는 ‘대륙의 실수’라는 말을 넘어 ‘자동차판 샤오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벌써 이 정도?’라고 놀랄만은 하다. 지난 18일 중국 승용차로는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등장한 베이치인샹(北汽銀翔)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Kenbo) 600’(사진)이 딱 그렇다.

럭셔리모델(2099만원)에는 일반 헤드라이트보다 빛의 직진성이 더 강한 제논 헤드라이트를 달았다.

럭셔리모델(2099만원)에는 일반 헤드라이트보다 빛의 직진성이 더 강한 제논 헤드라이트를 달았다.

켄보600 럭셔리모델(2099만원)에 올라탔다. 가격은 풀옵션을 갖춘 현대차 싼타페(약 4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스마트키로 열고 들어간 켄보600의 실내는 앞·뒷좌석 공간이 모두 여유있을 만큼 넓었다. 차량 제원을 살펴봤다. 길이 4695㎜, 폭 1840㎜, 높이 1685㎜다. 싼타페(길이 4700㎜, 폭 1880㎜, 높이 1680㎜)와 맞먹는다. 실제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앞·뒷바퀴의 차축간 거리)는 2700㎜로 싼타페와 같다. 트렁크 용량은 1063L. 켄보600의 한국 수입판매사인 중한자동차측은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는 말로 트렁크 공간을 설명했다.

넓은 트렁크 공간, 골프백 4개 실어
8인치 화면에 멀티미디어 시스템
후방감지센서, 차선이탈 땐 경보음
국산차와 비교해 주행성능은 부족
rpm 2500 넘어가면 지나친 소음

운전석과 동반석 사이 전면에 배치된 8인치 화면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에서는 후방카메라에 비친 차량 뒤쪽을 볼 수 있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을 연결해 휴대전화와 음악감상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운전석과 동반석은 모두 열선이 들어간 전동시트와 차량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크루즈컨트롤도 장착됐다.

안전장치도 골고루 갖췄다. 오르막 밀림 방지장치(HAC),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TPMS),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때 경보음을 울려주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을 갖췄다. 차량 뒤 장애물을 경고해주는 후방감지센서 등도 기본사양이다. 달리는 도중 뒷차량이 지나치게 가까울 정도로 따라붙자 계기판 한가운데 차량모습과 함께 뒷차량이 접근하는 부분에 노란색으로 표시를 해줬다. 에어백도 앞과 옆·유리창(커튼 에어백) 등 6개가 달렸다. 한국산은 차량에 따라 20~50% 사용되는 초고장력 강판을 60%까지 늘여 충돌 안전성까지 강화했다.

켄보600은 1500㏄ 터보 가솔린엔진을 쓴다. 변속기는 무단변속기(CVT)를 달았다. 최고출력은 147마력, 연비는 L당 9.7㎞ 수준이다. [사진 전민규 기자]

켄보600은 1500㏄ 터보 가솔린엔진을 쓴다. 변속기는 무단변속기(CVT)를 달았다. 최고출력은 147마력, 연비는 L당 9.7㎞ 수준이다. [사진 전민규 기자]

설연휴로 텅 빈 서울시내를 달렸다. 자동차 본연의 기능인 주행성능은 국산차와 비교하면 아직은 부족해 보였다. 자체 개발했다는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이 1500cc이지만 터보기능을 붙인 덕분에 가속하는데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제원을 보니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21.9㎏.m의 힘을 낸다고 돼 있다. 하지만 오르막에서 정지한 뒤 다시 출발할 때 단점이 드러났다. 가속페달을 밟고 1~2초 뒤에야 차량이 움직여 당황스럽게 했다. 무단변속기(CVT)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중한자동차측의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격을 내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싼 디젤엔진 대신 가솔린 엔진을 썼고, 부족한 힘을 터보기능으로 메웠다”며 “덩치에 비해 힘이 부족하면 연비가 떨어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CVT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능과 가격의 적절한 타협이다. 엔진회전수(rpm)가 2500을 넘어설 즈음부터 소음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마치 디젤차량을 모는 느낌이다.

결론을 내자면 비슷한 크기의 싼타페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 따지면 무난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능이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진화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켄보600의 제조사 베이치인샹은 중국 5대 자동차회사인 베이징자동차의 수출차량 전담 생산업체다. 베이치인샹은 스웨덴 브랜드 사브를 인수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간 사브의 기술을 습득해 차량 개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중국 차량제조사들이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2005년에는 난징차그룹이 영국의 MG로버를, 2010년에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하는 등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선진국 완성차업체 인수는 이어지고 있다. 부품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 지리자동차가 호주 변속기업체 DSI를, 2015년에는 중국의 켐차이나가 이탈리아의 타이어회사 피렐리를 인수하면서 성장해오고 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는 “2015년은 중국이 외국과 합작회사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성장한지 30년이 되는 해였다”며 “중국은 이때 이미 자동차 수출이 100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중국차가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특정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은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의 공략대상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로 처음 수입된 중국 차량 켄보의 내부모습. 전민규 기자

우리나라로 처음 수입된 중국 차량 켄보의 내부모습. 전민규 기자

우리나라로 처음 수입된 중국 차량 켄보의 내부모습. 전민규 기자

우리나라로 처음 수입된 중국 차량 켄보의 내부모습. 전민규 기자

우리나라로 처음 수입된 중국 차량 켄보의 내부모습. 전민규 기자

우리나라로 처음 수입된 중국 차량 켄보의 내부모습. 전민규 기자

글=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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