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로 허기달래다 막걸리 훔친 20대 실직자에 시민 온정 쏟아져

이틀간 수돗물로 배를 채우다 설 연휴에 마트에서 막걸리를 훔친 20대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주거나 성금을 내겠다는 시민들의 온정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정모(26)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전국에서 일자리를 주겠다거나 생필품 등 성금을 지원하겠다는 연락이 20여 건 접수됐다고 30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27일 오후 4시 20분쯤 부산 사하구의 한 마트에서 1100원짜리 막걸리 한 병을 훔쳤다가 마트 주인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정씨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 “이틀간 수돗물로 끼니를 때우다 너무 배가 고파 막걸리를 훔쳤다”며 반성의 눈물을 쏟았다. 경찰은 정씨를 훈방조치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 옹기제작 업체는 숙식을 포함한 일자리를 주고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경찰에 전해왔다. 경북 포항의 한 건축회사도 숙식과 함께 일자리를 주겠다고 했고, 부산 사하구에 있는 선박엔진 수리업체도 정씨에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서울·세종·광주·부산 등지에서 10여 명의 개인이 생필품과 함께 성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경찰과 언론에 알려왔다. 부산경찰청은 정씨에게 맞는 일자리를 연결시켜 정씨가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