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아름다운 두 노병] 김도훈 "득점왕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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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老兵)은 아름답다. 그러나 누구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전장에서 치열하게 몸을 사를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김도훈(33)과 안양 LG 이을용(28)을 노병으로 부르기는 아직 좀 어색하다. 그러나 10대 어린 선수들도 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은 엄연한 '노병'이다. K-리그에서 밝은 빛을 내뿜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아름다운 노병'이다.

김도훈(사진(左))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의 골감각은 어느 때보다 예리하게 벼려져 있다. 6일 부천전에서 기록한 해트트릭은 그의 탁월한 골감각이 빚은 잔치였다. 발로, 머리로, 그는 종횡무진했다.

1996년 4월 7일 안양전, 2000년 6월 21일 대전전에 이은 자신의 세번째 해트트릭이다.

김도훈은 시즌 14골로 득점 선두인 전북 현대 마그노(16골)에 두골차로 따라붙었다. 덕분에 자칫 부천 SK에 덜미잡힐 뻔한 성남이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그 보람 때문이었을까, 경기 후 김도훈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경기 분위기를 묻자 김도훈은 "초반에 경기가 이상하게 꼬였다"고 답변했다.

꼴찌인 부천에 경기 주도권을 뺏기면서 팀 분위기가 이상하게 경직됐고, 때문에 팀 동료들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것. "그러나 후반에 들어서면서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은 득점왕을 외국인 선수에게 내줄 수 없다는, '토종 선수'로서의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최종 목표는 역시 득점왕이다. 팀 우승을 위해 동료들과 열심히 손발을 맞추다보면 나 개인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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