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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대신 열처리 … 현재 유일한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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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친환경을 내세워 FRP 저장조에 살처분해 매몰한 가축류가 3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데도 당초 정책을 도입한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근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대규모 처리엔 한계” 반론

중앙정부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니 지자체들은 답답해한다. 재처리 기한(3년)이 임박하자 급기야 전북도는 기다리다 못해 자체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해 6월 FRP 저장조에 매몰한 동물 사체를 재처리하기 위해 ‘대용량 살처분 가축 열처리기’를 개발했다.

전북도청 축산과 가축질병안전관리팀 이재욱(50·수의 6급) 전문관은 “때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살처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장비 개발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이 장비를 활용해 정읍시와 김제시·고창군·부안군 등 4개 시·군 28개 매몰지를 돌며 FRP 저장조에 있던 닭과 오리 86만6236마리와 알 33만75개를 퇴비화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이동식 열처리장비 방식(랜더링 방식)을 사체 처리 방식의 대안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석진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박사)은 “열처리 방식은 사체를 파묻을 땅이 필요 없고 AI나 구제역 발생 즉시 사체를 처리할 수 있어 차선책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나마 유일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북도 등이 제작한 ‘대용량 살처분 가축 열처리기’ 2호기를 전북 고창군이 구입했고, 제작 중인 3호기를 익산시가 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강 연구관은 “한 번에 정해진 양만 처리할 수 있고 대규모 사체 처리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산소 필요 없는 혐기성 미생물 활용도”

이에 따라 FRP 매몰 방식을 유지하면서 공기(산소)가 없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혐기성 미생물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FRP 매몰 방식으로 동물 사체를 매몰한 상당수 지자체는 저장조 내부에 산소가 존재하는 조건에서 생육하는 호기성 미생물을 함께 넣는다. 이 때문에 저장조 안에 공기가 사라진 뒤엔 호기성 미생물도 소멸돼 사체가 썩지 않은 것이다. 이희범 충북대 약대 교수는 “최근에는 기술 개발로 산소가 필요하지 않은 혐기성 미생물 제재가 상용화된 만큼 혐기성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상화 마이크로맥스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고압 증기(스팀)로 완전 멸균한 차량을 이용해 사체 공동 처리장에서 사체를 한꺼번에 처리하면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처리도 가능하고, 매몰지도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춘천=이은지·박진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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