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사오정] 엘리베이터 벽과 마주한 차은택…그리고 뒷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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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차은택씨가 22일 특검 사무실에 소환됐습니다. 작년 11월11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40여 일이 넘도록 서울구치소에서 검찰, 특검 사무실을 오가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습니다.

평소처럼 기자들의 질문과 카메라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특검 사무실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차씨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벽면을 응시한 채 서 있습니다. 때로 사람의 뒷모습은 앞모습이 하지 못하는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차씨는 1997년 이민규의 뮤직비디오 '아가씨'로 데뷔한 이후 이효리의 '유고걸',빅뱅의 '거짓말', '하루 하루', 보아의 '잇유업' 등등 걸출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골든 디스크 뮤직비디오 감독상을 세차례(2001년,2005년,2006년) 수상했고 SKT의 붉은 악마 시리즈,배우 정우성·전지현의 '2% 부족할 때',이효리의 '애니모션' 등 수많은 CF를 만들었습니다.

2002년 칸 국제광고제 뉴미디어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실력자였습니다. 굳이 최순실의 도움을 받지않아도, 박근혜정부에서 이런저런 직함을 맡아 권력 주변을 기웃대지 않았어도 충분히 광고계, 음악계, 영화계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을 만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 재능이 이제 과거의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포승줄에 묶여 엘리베이터에 탄 차씨가 하염없이 벽을 봅니다. 질문에 지치고 체념에 빠진 한 인생이 벽 앞에 섰습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그의 질문이기도 하고 우리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글·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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