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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체육관을 가득채운 만원 관중…프로농구 올스타전 대흥행

중앙일보

입력

지금껏 이런 올스타전은 없었다.

입석 관중을 포함해 1만2128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22일 부산 사직체육관.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처음 열린 '야구의 도시' 부산에서 '농구의 꽃'이 활짝 폈다.

최근 5번의 올스타전 평균 관중(9064명)을 훌쩍 넘었다. 역대 올스타전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관중(2004년 1만2995명)이 사직체육관에 모였다. 선수들은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출생연도(국내 선수 1989년, 외국인 선수 1987년)를 기준으로 시니어·주니어 올스타로 나뉘어 치러진 경기에서는 주니어 올스타가 150-126으로 승리했다. 최우수선수(MVP)는 29점을 넣은 시니어 올스타의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의 차지였다. 하지만 주니어 올스타 팀의 마이클 크레익(서울 삼성)의 활약이 더 눈부셨다. 키 1m88㎝지만 체중이 117㎏에 달하는 크레익은 '크끼리(크레익+코끼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뒤뚱거리며 뛰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코트 안에서는 탄력 넘치는 인간 고무공으로 변신한다.

크레익은 특유의 파워 넘치는 1대1 돌파와 앨리웁 덩크슛으로 전반에만 16점을 몰아넣었다. 하프타임에 진행된 덩크슛 콘테스트 우승도 크레익의 차지였다. 크레익은 정규시즌 덩크슛 성공률 꼴찌(70%)다. 의욕이 앞선 탓에 정교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크레익은 볼을 다리 사이로 집어넣는 '비트윈더렉'과 공을 잡은 팔을 내렸다 올리는 '윈드밀' 등 고급 기술을 잇달아 성공했다. 심사위원들은 크레익의 덩크슛에 50점 만점을 줬고,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국내 선수 덩크슛 콘테스트에선 안대로 눈을 가리고 덩크슛에 성공한 김현민(kt)이, 3점슛 콘테스트에서는 총 30점 중 20점을 득점한 전준범(울산 모비스)이 1위에 올랐다.

21일부터 열린 다채로운 이벤트가 올스타전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팬들만 참여하던 기존 행사와는 달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1일 '토토농'(토요일 토요일은 농구다)'이라는 이름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24명의 올스타 선수들은 90여명의 농구팬들과 함께 서울발 부산행 KTX에 몸을 싣었다. 선수들은 점심 도시락을 팬들에게 일일이 전달하고 함께 식사를 했다. 김선형은 "팬들과 함께 부산에 내려오니 기쁨이 더 크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다"고 했다. 올스타 팬투표 1위(5만3157표)에 오른 허웅은 즉석에서 30명의 팬들에게 간식을 쏴 환호성을 받았다. 올스타전 15회 출장에 빛나는 백전노장 김주성은 "배구를 이기려면 못할게 없다"며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섰다. 인천 전자랜드팬인 조용호(31) 씨는 "평소 응원하던 선수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도 나누고, 사진을 찍으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년에도 이런 행사가 있다면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패러디해 10명의 선수들이 노래 실력을 뽐낸 '복면가왕'과 광복로·센텀시티 등에서 선수들이 부산 시민들을 직접 만난 '무빙 올스타' 이벤트도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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