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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어릴 때 일한 공장 찾고, 대학로 라이브 토크…대선 출정 명당은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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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노동자 출신이고 하려는 일도 노동자를 살리려는 것인데 내가 12살 때 일했던 성남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 어떨까.”(이재명 성남시장)

장소 상징성 통해 메시지 극대화
남경필, 새집인 새 당사서 회견
반기문 25일 관훈토론서 출사표

“네? 대선은 미래 얘기를 하는 장인데 어두운 과거를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요?”(참모1)

“광화문은요? 광화문도 사회적 약자들이 모이는 공간인데 의미가 있잖아요.”(참모2)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니까. 나의 과거가 담긴 노동 현장에서 미래를 보여주는 거지.”(이 시장)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과 측근들이 치열한 논의를 했다. 대선 출마선언 시기와 장소, 메시지 전달 방식을 놓고서다. 이 시장은 자신이 1979년 소년공으로 2년간 일했던 시계 공장을 택했다. 이 시장은 “소년공 시절 팔 장애를 얻었다”며 “대한민국의 혁명을 위해 꼬마 노동자 출신이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점을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선언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행사다. 출마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 위해 각 후보 진영은 출마선언의 텍스트뿐 아니라 공간적 배경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무대의 상징성을 통해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5시간에 걸친 토크쇼 형식의 ‘전무후무 즉문즉답 출마선언’을 한다.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는 ‘소통 부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벤트다. 대학로를 고른 건 ‘젊음의 거리’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안 지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방식이라 걱정되는 게 사실이지만 젊은 도전자인 안희정이 국가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25일 여의도 태흥빌딩 5층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남 지사 측은 “후보와 참모들이 함께 있는 단체카톡방에선 4차 산업혁명, 미래 먹거리, 젊음 등이 녹아 있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출마선언을 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결국 당원에 대한 도리 차원에서 새집을 여는 당사에서 출마회견을 하기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도 26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헌법의 민주공화국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마선언을 한다.

18대 땐 영등포·서대문에서 출마선언

출마선언 장소가 국회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18대 대선부터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소통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제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수형생활을 했던 곳”이라며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손학규 후보는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강조하며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선언을 했고, 김두관 후보는 맨 아래부터 성장한 자신을 표현하며 땅끝마을을 선택했다.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옛 주정부 청사에서 출마선언을 해 화제를 뿌린 적이 있다. 그곳은 노예 해방의 영웅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정치적 역정을 시작한 장소였다.

후발 주자들은 민심의 용광로가 될 설 민심에 호소하기 위해 출마선언을 서두르고 있지만 선발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은 “출마선언은 2월 초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은 “25일 관훈토론회에서 답변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출마선언은 2월 말 3월 초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윤경·위문희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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