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사교가 뒤엉킨 "광란극"|미스터리 투성이…「오대양」집단자살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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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이비종교에 마취된 어이없는 떼죽음이었다.
교주의 지시에 따라 약을 먹고 쓰러진 신도들을 하나하나 목졸라 「확인살해」했으며 맨마지막 공장장은 철골기둥에 목을 매 교주를 따라 「천상천국」으로 갔다.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 어처구니없는 유사광신집단의 동반자살 참극이 벌어진 경기도 용인군 남사면 배리 오대양 용인공장 구내식당천장.
마구 돈을 끌어다 사업을 벌이다 끝내 파탄에 이른 교주와 신도 32명은 잠적 5일만에 한데엉킨 주검으로 발견돼 사회를 경악과 전율로 몰아넣었다.
◇현장=32구의 사체는 식당천장에 19구, 5m쯤 떨어진 탈의실 천장에 13구등 두군데로 나뉘어 겹겹이 쌓여있었다.
대부분은 외상이 없이 반듯이 누워있었으나 박씨등 2∼3명은 머리등에 타박상을 입었고 공장장 이경수씨(35)만 목을 매 숨져있었다.
또 손·발은 거의 다 헝겊과 옷가지로 묶여 있었고 목이 노끈으로 졸린 상태였으며 내의·잠옷차림인채 입과 코는 휴지로 막혔으며 주변에는 피를 닦아낸 휴지가 널려 있었다.
입구쪽에는 항히스타민 약병5개와 신경안정제로 보이는 알약 수 개가 놓여 있었고 이유식통조림 50여개, 라면5상자, 현금2백89만원이 든 여자용 핸드백도 발견됐다.
◇유류품=이들의 소지품중 「오대양」이란 제목의 찬송가책에 실린 17곡은 모두 박사장의 아들 영호·재호씨가 작사·작곡한 것들이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지에는『사장이나 그외사람 독약 가지고 물 가지러갔다고 해』 『삼우도 지금 무척 고통을 받고 있다』『남자는 다 붙잡혀가고 여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고…』라고 씌어있었다.
이들이 숨진 천장은 철근과 각목으로 얽어짠뒤 4cm두께의 스티로폴과 비닐돗자리가 깔려있었으며 이들의 신발은 30m쯤 떨어진 벽돌헛간에 별도로 모아 숨겨져 있었다.
◇발견=29일 상오11시쯤 식당옆 여자탈의실을 청소하던 청소원 김영자씨가 탈의실 천장이 약간 내려앉고 석고보드 1장이 떨어진 것을 이상히 여겨 틈새를 들여다본 결과 목을 맨 시체 1구를 발견, 오산성심병원에 있던 박사장의 남편 이기정씨에게 달려가 알렸다.
이씨는 곧 공장으로 달려가 낮12시30분쯤 천장을 뜯어 이들이 떼죽음한 것을 확인하고 하오3시30분쯤 용인경찰서 남사지서에 신고했다.
◇사망경위=경찰은 박씨가 동반자살을 설득, 공장장 이씨와 아들형제를 제외한 29명이 「히드라민」이란 약물을 복용, 가사상태에 빠지게 한 뒤 공장장 이씨등 3명이 목졸라 숨지게 했으며 3명은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31일 발표했다.
경찰은 목졸려 숨진, 사장 박씨등 29명은 피가 위로 몰리는 우혈증현상이 나타났으나 공장장 이씨등 3명은 이같은 현상이 없이 목에 밧줄이 죄었던 흔적만 있어 공장장 이씨가 전원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목매 숨진 이씨형제를 누인 뒤 마지막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고있다.
◇수사=경기도 용인 (주)오대양 집단자살사건을 수사중인 충남도경은 3l일 용인경찰서에 신병이 확보된 박사장의 남편 이기정씨(54·전 충남도 건설국장)의 신병을 인계받아 이번 사건의 관련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은 특히 남편 이씨가 현직 고위공무원인 점을 이용, 박사장이 채권자들로부터 돈을 빌어쓰는 과정에서 배후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씨는 부인이 거액의 사채를 빌어쓴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고 관련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또 숨진 박사장의 측근 인물중 오대양 총무 노순호씨(36)등 회사직원·공장종업원등 10여명이 행방불명 된데다 30일 하오 경기도 안성에서 박사장의 승용차가 버려진채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또 다른 집단자살극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들의 소재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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