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서 성공하려면 노조·공산당과 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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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종 중국한국상회 회장이 24일 중국 진출 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 시장엔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진출할 만한 분야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기술과 전략이 수반돼야 합니다."

오수종(59) 중국한국상회 회장은 24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재중 기업 경영환경 및 우리기업 진출 전략' 간담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중국한국상회는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비준을 받은 유일한 한국 경제단체로 4400여 개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 내 외국 경제단체 중 최대 규모로 재중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접촉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 베이징에 고압용기.건축자재 제조업체인 천해공업을 설립해 운영해온 오 회장은 2004년 12월 이 단체의 12대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 임기가 2년으로 바뀐 13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 이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핵심기술은 빼놓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데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천해공업을 설립할 당시 중국 기술평가단의 심사로 400만 달러의 기술투자를 인정받은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음을 예로 들면서 중국시장에서도 기술력이 생존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해공업을 기반으로 농업.에너지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 14개의 현지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오 회장은 "중국은 극심한 경쟁과 인건비 상승, 전력난 등 산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은 지리적.문화적 인접성을 감안하면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춘 만큼 중국과 보다 긴밀한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공회조직(노조)을 한국의 노조와 동일시해서 기피하려는 경향과 관련, 중국 정부가 공회를 권장하는 만큼 공산당 조직과 함께 경영전략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창구로 친밀하게 지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 회장은 "중국에서는 지도자가 방향을 결정하면 그 결정이 일사분란하면서도 신속하게 집행되기 때문에 자신의 업종에서 정책과 시장 흐름을 빨리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주중한국대사관.중국한국상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중국 내 100대 재벌 중 70~80%가 부동산을 활용해 부를 축적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중국 내 토지 사용권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출해서 먹고 사는 우리로선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는 13억 명의 큰 시장이 펼쳐진 것을 천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술력과 철저한 준비로 무장한다면 중국은 한국에게 귀중한 보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 실무자와 학계 인사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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