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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30kg 감량해가며 아버지에게 간 이식한 아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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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안영덕씨(왼쪽)가 아버지와 손을 잡고 있다. [사진 건양대병원]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안영덕씨(왼쪽)가 아버지와 손을 잡고 있다. [사진 건양대병원]

“자식인데 아버지의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지요.”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기증한 20대 아들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안영덕(20)씨. 안씨의 아버지(49)는 몇 년 전 ‘간 경변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간 기능은 점점 나빠졌다. 흔히 간경화로 불리는 간 경변증은 만성적 염증으로 정상적인 간 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면서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이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는 간 이식이었다. 기증은 가족들의 바람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아들인 안씨도 지난해 봄 간을 이식하려고 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지방간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안씨의 체중은 85㎏을 넘었다. 의료진은 “지방간을 해결하려면 감량밖에 없다”고 권고했다. 안씨는 곧바로 체중감량에 들어갔다. 갈수록 아버지의 병세가 나빠지는 것도 안씨를 자극했다.

안씨는 식이요법을 하면서 매일 걷고 뛰었다. 집 주변과 인근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았다. 식단 조절과 꾸준한 운동 덕분에 안씨의 체중은 갈수록 줄어 10개월 만에 30㎏이나 빠졌다. 이런 노력 끝에 안씨의 간은 이식하기 좋은 건강한 상태로 바뀌었다.

건양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인석 교수는 지난 4일 12시간의 수술을 통해 안 씨의 간 일부를
떼어 아버지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안씨 아버지의 간 기능은 빠르게 회복 중이다. 안씨는 치료를 마치고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다.

최인석 교수는 “이식된 간에 다수의 혈관을 이어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었다”며 “아버지를 위해 간을 기증한 아들의 효심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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