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화장품 최고가 연일 경신 … 그 끝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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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개인적으로 최고급 브랜드인 '프리미엄 화장품'시장에서 설화수의 선전은 흐뭇하다. 자칫 수입 브랜드들에 시장을 완전히 뺏길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 화장품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도 좋은 품질과 마케팅 능력으로 얼마든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그래서 삼성.LG의 휴대전화와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뉴스만큼 설화수가 수입 화장품들을 제치고 백화점 단일 브랜드 매출 1위를 달린다는 소식 또한 반갑다.

사실 고급 화장품에 대한 여성의 관심은 대단하다. 외국 나가는 사람이라면 면세점에서 고급 화장품 한두 개 사오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국인 직원이나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상주하고 있을 정도다. 필자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파리의 한 백화점에서 어머니를 위해 모 브랜드 화장품을 사온 적이 있다. 당시 국내에서 그 브랜드를 사려면 20만~30만원은 주어야 했다. 미리 할인 쿠폰 등으로 무장한(?)덕분에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었지만.

10여 년 전 만해도 엄청난 가격으로 여겨지던 '프리미엄 화장품'이 시장의 대세다. 수입 화장품의 에센스 제품은 가격이 10만원대로 올라선지 오래고, 태평양이 만드는 '설화수'와 LG가 만드는 '후'같은 국산 화장품도 그에 못지 않은 가격대로 팔리고 있다. 이젠 프리미엄을 넘어 '쿠튀르 화장품'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모 수입 브랜드에서 100만원짜리 제품을 한정 판매했는데 완판(준비한 수량이 다 팔렸다는 말)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스위스 퍼펙션'이라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에는 최고 300만원짜리 제품도 있다.

이달엔 설화수에서도 '진설'이라는 라인의 제품을 개당 38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출시했고, LG에선 이보다 더한 68만원짜리 '후 환유고'라는 제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물론 업체들은 최고의 원료를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닉스'라는 브랜드가 10만원대 청바지 시대를 열었던 것에서 보여지듯,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이든 누군가 가격대를 치고 올라가면 그를 따르는 업체들이 생겨나는 법이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곧 그 가격대를 당연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 시장은 근래 가격 상승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빠르게 올라가는 가격대만큼 여성들이 그 가격에 빠르게 적응해 버릴까봐 두렵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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