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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다 들어주려고 46일 끌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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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자동차는 노사 합의안에 대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6일 오전 조합원들에게 '3만9천 헌신적 실천 투쟁, 최고 성과물 도출!'이란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주5일 근무제 등 원안을 관철해 현대차 노조 사상 최고의 성과를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평가가 맞다"는 의견이다. 재계에선 "노조에 일방적으로 항복한 결과"라며 "그러고도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나"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노조 측이 요구한 ▶경영권 참여▶주5일 근무제 조기 실시▶ 비정규직 처우 대폭 개선 등 3대 핵심 쟁점 사항 대부분을 수용하는 바람에 향후 경영에 차질을 우려할 정도다.

주요 사업을 결정할 때 노조에 일일이 물어봐야 하고, 회사에 비상이 걸려도 정리해고는 물론 인력 재배치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파격적인 임금 인상에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휴일 수당 지급 등 1인당 1천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추가돼 큰 부담이다. 계열사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5, 6일 각각 열린 임단협에서 현대차가 합의한 수준으로 교섭을 마무리짓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5일 근무제 9월 시행=회사 측은 당초 '생산성 향상 5% 전제조건 아래 금속노조안대로 10월 1일 시행'을 주장했으나 결과는 노조안인 '생산성 향상 5% 명문화 없이 9월 1일 시행'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46일간 노사 분규에 따른 재고 부족으로 내수와 수출 전략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도 당장 다음달부터 토.일 이틀간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렇다고 생산라인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휴일근무 수당 등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 경영권 참여=회사 측은 당초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경기변동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경우 노사공동위가 심의.의결하기 위해 노조에 통보하는 시기를 2001년 단협 조항 그대로 '계획 수립 직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12개월 이전)와 절충 끝에 '90일 이전'으로 합의했다.

경기 악화에 따른 공장 축소와 폐지는 물론 조합원들의 정리해고와 희망퇴직도 못하고, 조합원 정년도 58세로 보장하라는 노조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계는 "경기 침체와 산업 공동화 등으로 국가 경제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 해결책으로 제시돼 왔던 외국인 투자 유치와 노동시장 유연성 정책을 완전히 무시한 합의"라고 지적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합작법인 설립, 미국.중국 등 해외 공장 증설 등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다임러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에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노조 문제가 오히려 확대됐다"며 "한국 기업 모두가 해외 투자가에게서 외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노조가 강력히 주장한 '노조 대표 이사회 참석'과 '노사공동위 동수 구성' 등을 배제한 것은 성과라고 주장한다.

◆파격적인 임금인상=노사 양측은 임금 인상률을 놓고 당초 4%와 11%로 팽팽히 맞섰다. 그러다 막판 회사 측이 임금 부문마저 대폭 양보했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기본급이 9만8천원(8.6%) 오르고, 성과급 2백%가 주어지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백%+1백만원)까지 받게 됐다.

연봉 기준으로 기본급이 7백만원 이상 오르고, 성과급 등을 합치면 1인당 인건비 인상분이 1천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인상후 생산직 평균연봉은 6천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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