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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서민대출, 중간 신용자도 ‘미소금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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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소기업에 다니던 김모(37)씨는 지난해 초 실직한 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를 찾았다.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연 27.9%의 고금리로 300만원을 빌렸다. 일단 이자만 월 7만원씩 갚고 있지만 하루빨리 고금리 대출을 털어버리고 싶다. 지난해 말 다시 취직한 그의 월급은 250만원 정도. 그는 3개월 재직기간 조건을 채우면 금리가 연 7~9%대인 햇살론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다.

금융위, 취약계층 지원방안 발표
미소금융·햇살론 등 대상자 확대
소득 요건도 3000만원 → 3500만원
생계자금 지원 500만원 상향 조정
대학생 임차보증금 대출 신설키로

김씨와 같은 서민층을 위한 정책성 서민금융 지원이 더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이러한 내용의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경기 부진과 시장금리 인상으로 서민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4대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의 문턱은 일제히 낮아진다.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소금융은 기존엔 신용등급 7~10등급이던 대상을 6~10등급으로 늘린다. 약 355만 명에 달하는 신용등급 6등급자도 창업이나 운영자금을 연 4.5%의 저렴한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은 소득 요건을 연 3000만원에서 3500만원 이하로 500만원 올릴 예정이다(신용등급 6~10등급은 4000만원→4500만원). 추가된 소득구간에 해당되는 약 159만 명이 서민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 고금리 채무를 갈아타려면 바꿔드림론(은행)이나 햇살론(저축은행·상호금융), 생계자금을 빌리려면 새희망홀씨(은행)나 햇살론을 이용하면 된다.

서민금융상품의 생계자금 지원액도 늘어난다. 기존에 2500만원이던 새희망홀씨 생계자금은 3000만원까지, 1500만원이던 햇살론은 2000만원으로 한도를 상향한다. 이러한 방안은 올 2분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책서민자금 공급 규모는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23% 늘어난다. 중(中) 신용자를 위한 보증부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의 공급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은행권 사잇돌 대출은 금리가 연 6~8%, 지난해 9월 선보인 저축은행권 사잇돌 대출은 연 15~18% 수준이다. 사잇돌 대출이 인기를 끌면서 애초 공급목표(각 5000억원)를 은행은 2분기 중, 저축은행은 3분기 중 채울 전망이다. 금융위는 추가로 총 1조원의 보증을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권을 통해 금리가 10% 내외인 사잇돌 대출 상품을 추가로 선보이기로 했다. 최준우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상호금융권을 통해 은행·저축은행 사잇돌의 중간금리대에서 사잇돌 대출을 공급하려는 것”이라며 “사잇돌의 사잇돌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등록금 부담과 취업난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대학생을 위한 정책금융도 늘어난다. 지난해 연간 학자금대출 이용자는 68만6000명으로 대학생 세 명 중 한 명꼴로 학자금대출을 받는다.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대학생도 약 7만 명으로 추정된다. 금융위는 이들 중 저소득가구 대학생을 대상으로 거주지 임차보증금 대출을 신설키로 했다. 최대 2000만원까지 연 4.5% 이내의 저금리로 빌려줄 계획이다. 기존에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하던 햇살론 생계자금 대출한도도 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높인다.

전문가들은 서민층 금융 지원을 늘리는 건 필요하지만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서민금융상품 중 보증부 방식인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은 대위변제율(금융회사가 떼인 돈을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비율)이 각각 12%와 28%에 달한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정책성 금융지원을 계속 늘려만 가는 것은 지속가능하지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에서 자생적인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기관이 활성화되도록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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