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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외 불안이 순항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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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31일 막을 연 민정·민주 8인 정치회담이 빠른 진척 속도를 보여 14일 열릴 8차 회담으로 개헌안 쟁점에 대한 1차심의를 마친다.
양측은 항목별 순서대로 논의해나가면서 핵심 난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주장을 개진한뒤 추우 심의하는 순차적 부분타결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 예상보다 빨리 1차독회를 마감하게 됐다.
현재까지 전체 1백2개 (자구차이 포함) 쟁점중 경제조항을 제외한 87개 쟁점을 심의한 결과 합의 또는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한 대목이 40개로 일단 타결 가능한 부분은 매듭을 지은 셈이다.
미타결 47개를 이슈별로 통합하면 15개정도로 압축되는데 다음주부터 당내의견 조정을 거쳐 본격절충에 나선다.
양측은 12일의 7차회담에서 핵심 갱점을 노태우·김영삼총재 회담에 넘기지 않고 전권을 행사키로 의견을 모아 전망을 밝게해 주고 있다.
미합의 사항중에는 △대통령 임기문제 △부통령 신설여부 △선거연령 인하문제 △5·18광주항쟁의 전문삽입문제 △군의 정치개입금지 명문화 여부 등 굵직굵직한게 많지만 쌍방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타결을 낙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할수 있는 대통령 임기문제에 있어 김영삼민주당총재는 4년임기·1차중임제라는 당론을 5년단임제로 바꿀 용의가 있음을 비치고 있고 민주당측은 부통령 신설도 양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당장 신거의 우·부리가 걸려 마찰을빚을 것으로 보이던 선거연령 인복문제도 헌법에 반영하되 다음 선거에서부터 적용한다는 방식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개헌협상이 깨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난관과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았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이처럼 순항하는 것은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양당의 공동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양당 모두 오늘의 정치상황에서 헌법의 조문이나 제도적 장치로 득볼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정치권외의 여러 불안요인을 감안할때 개헌안의 조기확정이 정치일정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필수적인 첫단계라고 생각하는 깃이다.
특히 야권의 후보단일화 조정문제와 관련해 속전속결주의로 나가는 민주당 상도동계와 민지당은 그 점에서 인식이 비슷하다. 김영삼총재가 10%의 이견 때문에 직선제라는 큰 합의를 깰수는 없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이다. 요컨대「선거를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권경쟁에 있어 본질적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헌법문제로 불필요하게 잡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양당간에는 그동안 막후에서도 상당한 외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합의 사항의 상당 부분에 대해 의견접근을 보았다는 관측이다. 양측이 헌법문제의 타결에 다같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타결된 부분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기본권에 있어 △구속적부심의 전면개방 등 인권신장 △노동3권보장 등 근로자 권익 보호 △여성지위 향상 △대학자율성 보장 등에서 큰 진전을 보았다.
구속적부심은 지금까지의 법률 유보 규정을 삭제, 누구든지 체포·구금당하면 청구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으며 무죄판결을 받은 형사피고인 외에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형사피의자에게도 형사보상청구를 할수 있도록 강화했다.
현안인 노사문제와 관련, 주목을 끌어왔던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에 있어서도 단체행동권의 법률유보조망을 삭제, 보장키로 했다.
다만 법률이 정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서만 노동3권에 제약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권력구조 문제는 서로의 의견이 맞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는데 국회부분에서 회의 비공개요건을 현행(국회의결·의장판단)대로하기로 했으며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존치시키기로 했다.
대통령의 취임 장소는 명시하지 않고 국민투표부의권도 현행 표현을 살리기로 했다.
또 국정감사권이 부활되기 때문에 미국만이 88년까지 한시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별검사제를 두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법부 조항에서 일반 법관의 임기를 현행대로 10년으로 하되 정년은 하위법에 규정키로 합의했으며 법관은「탄핵과 금고이상 형의 선고」경우에만 파면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장도 탄핵대상에 포함시키기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한편 당초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영화·연예의 사전검열 폐지는 민정당내부에서 이견이 나와 당내의견 조정을 더 갖기로 한 상태다.
이처럼 합의사항은 기본권신장, 국회기능강화, 대통령권한 견제, 사법권 보강 등의 흐름을 가능한한 많이 반영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미합의 사항, 특히 선거와 직결되는 쟁점 등에 대해서는 서로의 이론적 근거를 확인하는 선에서 뒤로 넘겼다.
우선 전문에 있어 군의 정치적중립조항에 대해 민주당측은 박희도육참총장의 실례를 들어 신설을 강력 주장하고 저항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5·18부분은 동교동계가 일단 거론만한 정도다.
근로자의 경영참여와 이익균점권 등 경제조항과 군법회의 재판관할권 등도「계속논의」사항으로 남아 있으나 큰 장애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4일의 8차 8인 정치회담에서 경제조항을 마저 심의하고 나면 미합의 쟁점을 놓고 양당은 2단계 협상에 들어간다. 양측대표들은 2단계 협상에서는 각자 당내에서의 의견조정을 거쳐 대안을 갖고 회담에 임한다는 협상방식도 합의했다.
따라서 대통령 5년단임제 등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조정 과정이 남아있지만 개현협상은 순항이 예상되고 있는 셈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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