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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들여 쌀농사 지탱 그만, 보조금 폐지 나선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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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수요에 맞춘 생산’을 목표로 농업개혁에 나선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쌀 농가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전면 수정한다.

기업형 전업농가 중심으로 개편
대규모 농지 조성, 타 작물 재배 유도
한국도 쌀 보조금 제도 개선 추진
재정 부담 줄이고 벼 재배 면적 축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농림수산성이 주식용 쌀을 사료용으로 돌렸을 때 나오는 보조금의 지급 조건을 강화하고 더 이상 쓰지 않는 논에 지급하던 보조금의 지급을 중단한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700억 엔(약 7191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된 사료용 쌀 농가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돼지·닭 등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사료용 쌀에는 10아르(1아르=100㎡) 당 8만 엔(약 82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면적대비 생산량에 따라 최대 10만5000엔까지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농지의 평균 생산량을 현재 10아르당 530㎏에서 550㎏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보조금 지급 기준은 10아르당 380~680㎏을 생산한 농지로 평균이 현재 530㎏이다. 이 기준을 550㎏으로 높이면 전체적으로 지급 기준이 까다로와져 보조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 이전만큼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용 품종 등 생산량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신문은 “농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기술력이 높고 대규모로 경작하는 전업농가에 유리하도록 제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 생산량 조절을 위해 정부가 쌀 재배를 금지한 농지에 지급해오던 보조금 정책도 뜯어고친다. 쌀을 생산 안 한 지 오래돼 논두렁과 수로가 사라진 논은 다른 농산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방침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으며, 각 지자체는 올해부터 농지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723억 엔(약 7427억원)의 예산이 지출됐던 주식용 쌀 대상 보조금 역시 올해를 끝으로 폐지한다.

또 기술력과 규모를 가진 기업형 농가를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농지 조성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일본 농가의 약 70%는 쌀 농사를 짓고 있지만, 쌀 소비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쌀 생산액은 전체 농산물 생산액의 2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 쌀 농가의 일반적인 경작면적이 1~2헥타르에 불과하고, 종사자의 평균 연령도 70세에 달해 구조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국 정부 역시 쌀이 남아돌면서 쌀 보조금 제도를 손봐 보조금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현행 직불금 제도는 쌀 수급 안정을 유도하기 어렵다”며 “쌀 생산량과의 연계성을 축소하고 형평성과 지원 한도 규정 등의 원칙을 마련하는 등 직불금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2005년부터 농민에게 쌀 직불금을 주고 있다. 농지 1㏊당(ha=1만㎡) 100만원을 주는 ‘고정 직불금’과 쌀값이 목표 가격(80㎏당 18만8000원)보다 떨어졌을 때 주는 ‘변동 직불금’으로 나뉜다. 지난해 11월 25일 기준 쌀값이 80㎏당 12만849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9392원)보다 14% 떨어지는 등 쌀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직불금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전체 쌀 직불금 예산은 1조8017억원이다. 쌀값 하락에 따라 변동직불금 규모가 1조4900억원으로 불어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쌓아 놓은 쌀 비축분만 170만t을 웃도는 상황에서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향후에도 쌀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직불금 제도하에선 정부 재정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직불금 제도 개선과 함께 벼 재배 면적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농림부는 올해 재배 면적을 지난해 77만9000ha에서 올해 74만4000㏊로 3만5000ha(4.5%) 줄이기로 했다. 

김유경·하남현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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