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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사면된 날 안종범에게 감사 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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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SK·LG 등 일부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전후로 안 전 수석에게 총수들의 사면을 부탁한 정황이 공개됐다. [뉴시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SK·LG 등 일부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전후로 안 전 수석에게 총수들의 사면을 부탁한 정황이 공개됐다. [뉴시스]

SK·LG 등 일부 대기업 임원들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총수들의 사면과 관련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검찰이 재판에서 공개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이 기업 현안을 확인하고 기업 임원들이 사면을 부탁한 내용”이라며 안 전 수석이 받은 문자메시지를 법정 스크린에 띄웠다.

검찰 “최순실, 지주사 인투리스 세워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계획”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지난 2015년 8월 13일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부터 “하늘 같은 이 은혜 잊지 않고 산업 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할 것이다. 최태원 회장과 모든 SK 식구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3일 오전 11시 사면을 공식 발표했다. SK는 최 회장이 2015년 10월과 이듬해 1월에 각각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 SK그룹 PR실장이 “조선일보 수뇌부와 만났는데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톤의 사설을 게재해 주기로 했다. 한 번 살펴봐 달라”고 보낸 문자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사면 확정 사실을 당일 전해 듣고 감사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LG 대표이사가 2016년 7월 26일 안 전 수석에게 “구본상 부회장이 95% 이상 복역을 마친 상황이다. 8·15 특별사면 대상 후보로 포함된 것으로 아는데, 모든 배상도 했고 깊은 반성도 하고 사회 공헌까지 했음에도 탄원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2012년에 구속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구 회장은 사면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LG는 두 재단에 78억원을 출연했다. LG 관계자는 “재단 출연은 2015년에 결정된 일이고 문자는 지난해 보내진 것”이라며 “재단 출연도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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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지주회사를 만들어 재단을 사유화하고 이권을 챙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인투리스(고대 영어로 liss는 ‘행복’을 뜻함)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가 계열사로, 최씨는 회장으로 돼 있다. 재단을 사유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최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자료”라고 주장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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