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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송파 신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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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남 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 모처럼 중대형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이에 반대하는 서울시의 입장이 부딪치면서 송파 신도시는 새해 들어 주택시장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송파 신도시 개발은 공급 측면에서 8.31 부동산 제도 개혁의 핵심 대책에 해당한다. 강남 지역 주택 가격 상승의 근본적 원인을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수급 불균형으로 보고 해당 지역에 가까운 위치인 송파에 중대형 주택을 대량 공급해 가격 상승을 차단하겠다는 정책 의지다. 이를 위해 건설교통부는 송파 지역 택지개발 구상에서 총 공급 주택 물량 4만6000가구 가운데 중대형 주택을 2만2100가구 짓겠다고 밝혔다. 중대형이 전체 공급 주택의 48%를 차지하도록 해 다른 택지개발지구의 중대형 비율(40% 이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 비율을 높게 책정했다.

송파 신도시는 올 6월까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절차를 완료한 뒤 2009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단계적으로 주택을 분양하겠다는 일정으로 추진된다. 건교부는 송파 신도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판교와 마찬가지로 공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2011년까지 송파 신도시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판교 및 장지.세곡 지역 등을 포함해 모두 11만5000가구가 대부분 아파트 형태로 공급된다. 이에 따라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촉발된 강남의 주택가격 상승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강남.서초.송파 지역의 아파트 총수인 24만여 가구의 거의 절반 정도가 단기간에 공급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부의 기대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송파 신도시 개발 계획은 몇 가지 쟁점을 가지고 있다. ▶송파 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강남의 중대형 선호 수요층의 호응을 얻어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신도시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바람직한 일인지▶송파 신도시 건설이 강남북균형개발을 저해하는지 등이다.

송파에 2만 가구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가 지어지면 강남 지역 주택 수요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송파 신도시가 공영개발로 추진되면서 표준건축비 산정을 통한 원가연동제로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품질 좋은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강남의 주택 수요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뿐만 아니라 총 가구 중 절반 이상은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강남 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는 근본적으로 분양주택에 대한 수요이지 임대주택 수요가 아니다. 따라서 그만큼 공급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송파 신도시는 1980년대 말의 분당과 같이 강남에 이미 존재하는 중대형 수요를 충족시키는 대체주거지라기보다는 강남에 입성하고자 하는 중산층과 중산층 하부의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시장이 송파 신도시가 강남북균형개발을 방해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까닭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한편 송파 신도시 205만 평의 82%인 168만 평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해당된다. 따라서 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부터 풀어야 한다. 건교부는 현재 수립 중인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의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 해당 지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환경부 및 지자체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신도시로 개발하려면 우선 수도권광역도시계획에 반영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개발계획 수립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아직 수도권광역도시계획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다. 즉,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 수요를 겨냥한 중산층 주택 건설을 위해 수도권 광역도시계획과 그에 따른 절차를 무시하면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변칙을 되풀이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결국 이 판단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송파 신도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계획 대상지 205만 평은 성남시 84만 평, 서울시 78만 평, 하남시 43만 평으로 면적으로만 보자면 경기도 내 2개 지자체의 면적이 전체 면적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송파 신도시라는 명칭이 걸맞지 않은 부분이다. 따라서 송파 신도시가 완공된 후 행정구역상 서울시와 경기도 중 어디에 편입시킬 것이냐 하는 점도 민감한 사안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건설된 분당의 경우에도 성남시에 편입되는 문제로 갈등이 첨예했었다.

송파 신도시 건설은 판교만큼이나 뜨거운 감자, 아니 더 뜨겁고 복잡한 감자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송파 신도시의 출발은 매우 단순한 목표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 목표는 주택이 부족해서 값이 오르는 강남에 주택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한편 공공개발의 혜택이 고소득 계층보다는 중산층이나 그 이하 계층에 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강남북균형개발을 위해 송파 개발을 연기하자는 주장은 강남 주택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서민의 기대와 상충된다. 따라서 강남북균형개발을 위해서는 강북에 더 좋은 주거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시에 강남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송파 신도시에 현재 명시된 개발계획보다는 좀 더 강남 수요에 밀착한 형태의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