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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문화cafe] 전통과 현대의 뜨거운 포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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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킴 '완전한 풍경'전, 김은진 '나쁜 아이콘'전
20일~2월 19일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 02-2020-2055

'그림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쉬운 답. '여러 가지 형태 위에 색이 뒤덮여 있는 평면'. 조금 덧붙인다면 '선과 색이 일군 조화가 보는 이를 특이한 감동에 빠지게 하는 것'.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여성 작가의 개인전은 이 단순한 정의에 충실하고도 아름답게 호응하는 답안이다. 거창한 이론이나 호들갑 떠는 허풍 없이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제 손과 제 삶이 그대로 드러난 노동과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령 일민미술관 디렉터는 "두 작가는 사실적 묘사를 다루는 평면회화 작업을 한다는 점 외에 전통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1층 전시실을 차지한 써니 킴은 전통 자수화의 이미지를 현대로 끌어왔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회화 못지않은 미감을 창조하던 이름없는 옛 여성의 창조성이 살아난다. 맑고 여린 풍경화 속에 조선 산수화와 화조화의 그림자가 비친다. 서양 물감과 캔버스가 동양 자수로 몸 바꾸기를 하면서 울리는 미묘하면서도 큰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다.


계단을 올라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눈에 '아, 이 작가는 세다'는 느낌이 온다. 이번에는 1층 작가와 반대다. 동양의 회화 방식을 서양화처럼 풀어냈다. 강렬한 색감은 유화나 아크릴처럼 보이지만 장지에 분채를 여러 겹 발라 올려 일군 결과다. 그는 그림이 가족을 행복하게 하고 개인의 안녕을 빌어주는 부적처럼 쓰이기를 바란다. '큰옷을 입다'는 작가 자신이 작업실에 들어갈 때 입었으면 싶은 권투 가운을 그린 것이다. 사각 권투 링 안에 홀로 서는 권투선수처럼 그는 죽자사자 그림에 매달린다. 그럴 때 멋진 권투 가운을 입었다 치면 얼마나 기운이 날까. 집안 식구 이름을 베개에 적어 넣은 '안녕히 주무세요'는 머리맡에 걸면 제격일 듯 싶은 축복도다. 그림은 이렇듯 힘이 세고 쓰임새가 많다.

정재숙 기자

*** 이태현 전

26일까지

대구 예지앙

서체를 연상케 하는 먹선의 자유로움으로 마음의 이미지를 표현. 053-794-1334.

*** 사진학회 회원전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2004년 창립한 '대한민국 사진학회'(회장 류재정)의 두 번째 회원전. 고문인 주동호씨를 비롯해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로 있는 회원 15명 출품. 011-663-1313.

*** 이경애 사진전

26일까지

문화일보 갤러리

2006 환경재단 그린페스티벌 전시지원 프로그램으로 뽑힌 환경을 주제로 한 사진전. 쓰레기 더미, 폐기된 사물들에서 삶의 의미를 잡아낸 연작. 02-3701-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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