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치 잘못잡은 댐|금강·남강등은 홍수조절 미흡 치수에관한 연구·투자 너무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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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치수의 역사가 오래듯이 그 요령이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댐을쌓아 물을 가두고 제방을 통해 물길을 터주고 주거지역의 내수침수를 막기위해 수문이나 펌프시설을 갖추는 일등이다. 이런것들이 치수를 위해 동원되는 수단의 모두다. 그래도 안되면 물로부터 도망 (대피)가는 수밖에 없다.
치수의 첫째수단은 역시 댐이다. 돈이 워낙 많이 들어서 그렇지 가장 효과가 확실한 치수책이다. 홍수조절 능력을 갖춘 다목적댐은 지금까지 소양강·안동·남강·섬진강·대청·충주댐등 모두 6개.
전국 주요 강들의 큰물줄기는 일단 잡아놓은 셈이다. 정부의 기존정책 자체가 이같은 대규모 댐건설 위주였고 이에따른 치수효과도 상당했다고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홍수조절면에서는 방치되다시피 해온 「작은 물줄기」 들이다.
금강이나 낙동강유역에서 볼수있듯이 기존 다목적댐이 너무 상류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나머지 하류까지는 텅 비어있다. 최근 정부가 마련하고있는 정책주안점도 앞으로는 이지역의 지류를 잡기위한 중규모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향만 서있지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나오려면 한참 걸려야한다. 하류로 내려오면서 대부분이 평야지역이라 댐건설 지형이 마땅치않다.
결국 댐건설이 어려우니 제방을 높이 쌓는수밖에없다. 금강유역이 바로 그런셈인데 유역의 39.2%나 부실제방지역이니 억척같은비에 물난리를 당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건설부당국자들은 말끝마다 예산타령이다. 요컨대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 돈즐을 쥐고 있는 예산실 탓이라는 이야기다. 댐하나 건설하는데 5백억∼5천억원이 들고 제방 1km를 쌓는데 4억원이 드니 그럴만도하다.
더구나 댐의 경우 최근들어 전기가 남아돌면서 발전효과가 감소되고 수몰되는 용지보상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댐건실의 경제성이 자꾸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점은 이같은 「돈타령」이나 「비경제성」이 아니라 치수에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자세에서부터 찾아야 할것 같다.
주무당국인 건설부조차 적극적인 치수대책에는 뒷전이었다. 관심과 의지결여가 예산부족보다 더 심각한 요인들이다.
댐이나 제방의 건설이전에 과연 정부안에서 「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얼마나 되어 왔느냐로 금방 판별된다. 댐하나를 건설하려면 그 지역의 지형과 기후를 비롯해 장기간에 걸친 전문연구가 필요하다. 이같은 수문조사가 70년대까지는 비교적 활발했다가 오히려 80년대에 들어오면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것이 실무자의 고백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안양천·탄천·중랑천등지의 지천수해가 매년 되풀이 되는데도 이지역에 대한 기초적인 「물조사」가 여태까지 제대로 된게 없다. 공학적인 연구가 힘겹다면 경험적인 통계치로라도 대응해 왔어야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든간에 꼭 필요한 지역에 강우량을 재는 비용 몇푼조차 확보치 못하는 형편이니 앞으로의 치수정책도 크게 기대할만한 처지가 못된다. 이관계 전문연구소라고는 83년에 세워진 건설기술원 하나뿐이다.
치수는 또다른 측면에서 벽에 부딪치고 있다. 아무리 댐을 건설하고 제방을 쌓아봐야 물이 들기쉬운 저지대에 계속 집을 지어대는한 어쩔수 없는 일이다. 남강댐의 경우 홍수조절용다목적댐으로 지난 70년에 건설되었으나 진주시의 확대가 강하류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이미 홍수조절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당초계획상으로는 초당2천5백t가량을 댐으로 가두고 2천t은 진주쪽으로, 5천5백t은 사천만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도록 된것인데 남강하류의 주거지역확대와 사천의 매립농경지 증가로인해 계획대로 물을 방류시킬 경우 물난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2의 댐을 이지역에 건설할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다.
서울 안양천의 경우는 아예 구제불능의 지역으로 꼽힌다. 하천 자체가 한강과 직통으로 만나는만큼 본류의 수위가 올라가면 지천폭으로의 역류가 불가피하게 되어있다.
수문을 닫고 펌프질을 해내야하는데 본류의 수위상승이 계속될경우 그 한계가 뻔하다.
결국 집을 못짓게하고 사람을 살지않게 해야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한때는 상습수해지역을 지도상에 표시하려고 했다가 사방의 압력에 말도 못 꺼냈을 정도다.
결국 우리의 치수정책은 전체 국토개발계획상의 구조적인 한계속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때워왔던셈이다.
돈도 사람도 치수를 끌고나갈 준비태세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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