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틈새 막고 자주 환기하면 주택 '라돈 오염'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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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부 주택의 실내공기가 방사선을 내는 라돈으로 오염돼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돈 기체는 색깔.맛.냄새가 없는 기체로 집 바닥이나 주변의 흙 등에 포함돼 있다가 건물 틈새로 스며든다. 집안으로 스며든 라돈은 숨을 쉴 때 몸에 들어와 폐암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준치 초과 100채 중 3채꼴=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18일 2000~2004년 전국 3866가구를 대상으로 실내공기의 라돈가스 농도를 측정한 결과, 3.4%가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되는 환경부의 실내공기질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지하역사 등 다중이용시설보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주택의 실내공기 오염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기준 초과 비율은 충북이 9.1%로 가장 높았고 충남(8.5%).전남(6.8%).전북(6.7%) 등의 순이었다. 특히 충북 지역의 일부 주택은 ㎥당 최고 1350Bq(베크렐, 방사능 단위)의 라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환경부 기준치 148Bq의 9배에 달하는 것이다. 전체 평균치는 55.5Bq로 미국의 평균치 51.8Bq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 라돈은 왜 생기나=라돈은 주택의 바닥이나 주변의 흙에서 방출된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방출량이 차이가 생긴다. 이동명 KINS 방사선환경평가실장은 "라돈 오염도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토양 성분과 지질학적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축 내장재나 사무실에서 칸막이 등으로 사용하는 석고보드 등도 라돈을 배출한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실내공간에서는 이로 인해 라돈 농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피해 줄이려면=연세대 환경공학부 조승연 교수는 "환경부 기준치에 해당하는 라돈 농도에서 평생 생활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29명, 비흡연자는 3명 정도가 폐암에 걸릴 수 있다"며 "지표에서 올라오는 라돈이 실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건물의 균열이나 틈새를 잘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시로 환기를 시켜 실내공기를 바꿔야 한다.

라돈 방출이 작은 건축내장재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친환경상품진흥원의 김만영 박사는 "올 상반기에 건축내장재에 대한 환경마크 인증 기준을 개정할 때 라돈 방출률도 한 항목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환경보호청(www.epa.gov)은 이번 달을 '국가 라돈 실천의 달'로 정하고 각 가정에서 라돈 농도를 측정할 것을 권고하는 등 시민들에게 관심을 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2만 명 정도가 라돈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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