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 1만원 '동사무소 문화센터' "강의 수준이 장난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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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제2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이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5년 동안 60여 명의 일본어능력시험 합격자가 나왔다. 강정현 기자

주부 김미경(33.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씨는 2년 전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이번에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에 합격했다. 일본어능력시험은 일본 국제교류기금 등에서 실시하는 공인인증자격시험으로 1~4급까지 있다.

김씨는 초등학생 남매의 어머니다. 아이들 돌보기에 바빠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동사무소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데다 수강료가 월 1만원에 불과해 수업을 들으며 일본어능력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

김씨는 "선생님이 관련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보여주기도 하고 쪽지시험도 많이 보는 등 시중 학원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가르쳐 아주 만족한다"며 "주민자치센터에서 일본어를 계속 공부해 언젠가는 여행 가이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일본어능력시험 1급에 도전할 예정이다.

김씨처럼 집 근처에서 적은 돈으로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은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민을 위해 각종 문화.생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는 1999년 처음 생겨 현재 서울의 522개 모든 동을 비롯해 전국 3573개 읍.면.동 사무소 가운데 2386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홍제2동 주민자치센터의 경우 4층 건물의 꼭대기층에서 중국어.탁구.스포츠댄스.노래교실 등의 성인 프로그램과 마술.생활과학.동화구연.종이접기 등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씨가 수강한 홍제2동 주민자치센터 일본어 강좌는 5년간 웬만한 학원 못지않은 60여 명의 일본어능력시험 합격자를 내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곳에서 90분짜리 중.고급반 강의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강사 탁옥엽(53.여)씨는 16년 전 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시작은 소박했다. "외동딸에게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주민자치센터가 생기면서 그동안 쌓은 실력을 활용해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3개월에 3만원의 수강료를 받는 이곳 일어반의 한 반 정원은 20명. 20대 대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많은 학생이 거쳐갔다. 70대의 한 할머니는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것도 배워 좋다"며 "치매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느냐"며 웃는다. 학생들은 여기서 기초를 닦아 유학을 가기도, 일본어 학습지 회사에 취업하기도 했다. 남편이나 자녀의 연수를 앞두고 공부하러 오는 주부도 있다.

탁씨는 "어학은 목표가 있어야 금방 실력이 는다"며 "왕초보 학생들을 가르쳐 능력시험 급수를 따게 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you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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