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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경제 개발은 폄하 김일성 정적 숙청은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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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우리 역사 교과서의 왜곡.비하 수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18일 주최한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1948년 대한민국 건국엔 유교적 질서의 '조선인'이 근대의 '한국인'으로 탈바꿈하는 문명사적 의미가 있음에도 우리 교과서는 한결같이 정부 수립을 단정(單政)에 찬성하는 특정 세력에 의한 집권 사건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현행 중.고교 근현대사와 사회 교과서 저자들이 통일 지향과 분단사적 관점에 심취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또 ▶분단 역사를 강조하다 보니 이승만보다 여운형에게 면을 지나치게 할애하고 ▶6.25전쟁을 민족적 관점에서만 기술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측면은 도외시하며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은 깎아내리고 반공독재.빈부격차 같은 부작용만 부각하며 ▶삼청교육대는 가혹하게 비판해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등 열악한 북한 인권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경제 발전의 토대인 한.미 동맹에 관한 언급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승만의 국가 건설 노력이나 박정희의 경제 개발 노력은 정권의 정당성 확보 차원으로 폄하하면서 김일성의 반대파 숙청은 권력욕이 아닌 '우리식 사회주의 가꾸기'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교과서에 역대 대통령들의 단독 사진은 없어도 북한 통치자들의 웃는 얼굴 사진은 실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깎아내리기(Korea Dis

count)나 '외눈박이식' 역사 쓰기가 일반화된 것은 '해방 전후사 인식'의 기조였던 '민주 대 반민주' '통일 대 반통일' '독재 대 반독재' 등의 단순 이분법이 아직도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정재학 삼호서중 교사는 "중학교의 도덕.국사 책 어디에도 '자유민주'란 표현이 없으며 단지 6월 민주항쟁만이 유일한 '자유민주'인 것처럼 묘사돼 있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중3 국어 교과서에 실린 '봄은'(신경림작)이란 시는 '통일은 외세를 배척하는 곳에 있고, 민족 공존과 자주 통일이 민족 해방(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1920년대에 시를 좌익 투쟁의 무기로 활용했던 카프(KARF)마저 '시의 기능을 확대했다'는 식으로 긍정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인사말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현 정권은 편향된 교과서로 학생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으며,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할 수 있게 사학법까지 개정했다"고 비난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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