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 민주화 돼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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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에 연재된 「민주시대의 문화·예술」이란 시리즈에 실린 한 문학평론가의 글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 문화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잃었던 세가지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국토의 분단에서 비롯된 이념과 가치의 나머지 반쪽을 되찾아야 하고, 둘째는 얽죄고 눈치보며 진실을 회피하던 예술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하고, 세째는 창작·출판활동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통로」를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문화계는 눈에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여러 제약과 간섭때문에 크게 위축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우선 분단이데올로기적 통제하에서 심화된 의식과 가치의 양분화 현상으로 모든 학술·예술활동의 다양성이 받아 들여지지 않고 흑백논리로 판가름하려는 성향에서부터 찾아 볼수 있다.
예술작품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인데, 그 삶의 한 부분인 현실비판,사회비판이 조금만 비쳐도 공권력에 의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약을 받아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검열」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되는 대중예술이다. 그중에서도 가요와 영화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지난 65년부터 지금까지의 방송금지 가요가 무려 8백37곡이나 된다는 사실을 봐도 그간의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들 대중예술은 대부분 공연법에 의해 사전, 사후에 걸친 심의를 받게 되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한 위축은 그동안 작품다운 작품을, 못내고 감각적이거나 표피적인 작품 아니면 천박하고 사시적인 왜소한 작품만을 양산, 대중의 예술적 욕구를 크게 감퇴시켰다.
출판사의 신규 등록을 엄격히 규제한 출판에 있어서도 지난 80년이후 금서목록에 오른 책이 대충 1천여종에 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많은 금서들이 지하출판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런 책가운데는 당국이 말하는 「불온 서전」들이 상당수 들어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간행물의 심의와 판금에 이르는 일련의 사항은 관이 참견할 것이 아니라 학자와 전문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된 민간의 자율심의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마땅하다. 그러고 나서도 문제가 되면 사법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러한 「자율」은 비단 출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와함께 모든 관료적 기구인 영화진흥공사, 공연윤리위원회, 문예진흥원 같은것도 하루속히 민간의 자율적인 손으로 운영되도록 해야만 비로소 문화·예술의 민주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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