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졌다 … 음주차 역주행 등 '광란의 3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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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찰의 음주 단속을 피해 달아난 승용차가 18일 새벽 서울 시내에서 경찰 차량과 아찔한 추격전을 벌였다. 이 도주 차량은 서울 한복판 도로를 수십 차례 역주행하는 등 30여 분간 영화의 '카액션'을 방불케 하고는 달아났다.

추격전이 시작된 것은 18일 오전 1시쯤. 대구시의 번호판을 단 유로엑센트 차량이 서울 화곡동 화곡역 네거리에서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관들을 보고는 중앙선을 넘어 불법 U턴한 뒤 도주했다. 단속 현장에는 강서경찰서 소속 경찰차 2대와 경찰관 7~8명이 음주 차량을 단속하고 있었다.

경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곧바로 쫓았지만 도주 차량과의 거리는 멀어졌다. 경찰차 차종은 중형 옵티마였다. 도주 차량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면서 3㎞쯤 떨어진 목동 네거리까지 달아났다. 이후 신월 인터체인지를 지나 경인고속도로 옆의 일반 도로로 올라탔다. 추적 중인 경찰차에서 도주 상황이 무전으로 전파됐다. 야간의 비상 상황을 알리는 무전 암호가 교통관제센터를 통해 양천구 일대에서 순찰 중이던 10여 대의 경찰차에 전파됐다. 양천구 일대에서 순찰 중이던 일부 경찰차는 도주로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목동으로 진입한 차량은 추적 중인 한 대의 경찰차를 따돌리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역주행과 신호위반을 했다. 오전 1시30분쯤 추격 중이던 순찰차가 도주 차량 옆으로 붙으면서 차를 세우려 했으나 도주차량이 순찰차를 두 차례 들이받았다. 차량에 떠밀린 경찰차는 양천도서관 앞 도로경계석에 부딪치며 멈춰서고 말았다.

결국 도주 차량은 경찰차를 따돌리고 사라졌다. 30여 분, 7㎞에 이르는 도심 추격전이 도주 차량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도주 차량의 예측 불허 '질주'로 도주로를 차단하려던 경찰차들은 용의 차량이 이미 현장을 벗어난 사실만 확인했다. 다친 경찰관이나 시민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차량의 안전 때문에 무리하게 추격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도주 차량을 수배했으나 차적 상의 소유주 주소와 실제 주소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16일 오후 8시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부근 상행선에서 서울 방면으로 달리던 승합차 한 대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역주행하다 사고를 냈다. 6㎞ 넘게 역주행한 승합차는 마주 오던 차량과 갓길의 옹벽을 차례로 들이받아 운전자 이모(65)씨 등 3명이 다쳤다. 농민인 이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43%의 만취상태였으며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빚 독촉에 시달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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