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소중한 이웃과 함께하는 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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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지난달 TV를 시청하다 우연히 전통음식을 만드는 시골 할머니를 보게 됐다. 소금이 떨어지자 촬영을 진행하던 PD가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괜찮아. 옆집에 가서 빌려 오면 돼”라며 옆집으로 향했다. 마침 옆집 사람이 밭에 일하러 나가고 없자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집 문을 열고 들어가 소금을 찾아 나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렸을 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살던 때가 떠올랐다. 내 할머니나 이모는 흔하게 이웃집 물건을 빌려 썼다. 이웃집의 또래 친구들이 접시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와서는 “엄마가 오늘 이걸 만들었는데 너네 집에도 갖다주래”라며 전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도시로 이사한 뒤로 이런 장면이 점차 추억이 되다가 나중엔 기억에도 희미해져 버렸다. 그랬던 것이 한국 TV에서 비슷한 장면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왜 이리 됐을까? 현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거주 형태가 아파트라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아파트는 시설이 좋고 편리해 특히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주거 형태인 듯하다. 문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끼리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국처럼 이집트에서도 이웃에 대한 정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통신 수단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일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가까웠을까. 아니면 옛날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정이 더 많아서 그랬을까. 그랬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슬람 문화권에선 이웃에 대한 가르침이 매우 엄격하다. 하나만 언급하면 “이웃 사람이 배고프다는 사실을 알면서 배부른 상태로 잠든 자는 진정한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 사람을 외면하고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슬람뿐 아니라 다른 종교·신앙에서도 이웃에게 잘해 주라는 가르침이 당연히 있다.

이웃은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사람에게 중요한 존재다. 내게 행복한 일이 있을 때 함께해 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위로해 주는 사람이 이웃이다. 친구도 마찬가지 존재다. 어떤 문화권이든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이웃과 친구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린이들에게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고 친구를 많이 사귀는 방법을 가르칠 때다. 새해는 이웃과 더 친해지는 한 해로 만들면 어떨까.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