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지고, 뜨고 지고 … 58시간 농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58시간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칼잠을 잤다. 듀크대 그렉 보브린스케이(왼쪽)가 동료와 함께 침낭을 덮고 자고 있다. [채플힐 AP]

점프볼을 한 뒤 세 번째 태양이 지고 있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페처 체육관 귀퉁이에 놓인 시계는 '58시간'을 향하고 있었다. 태양이 쉬는 밤에도 UNC와 듀크대 학생들은 쉼 없이 코트를 누볐다. 디지털 시계가 정확히 58시간을 가리키자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다. 경기 결과는 듀크대의 3688-3444 승리.

미국 대학 전통의 라이벌 듀크대와 UNC가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5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선 농구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는 2005년 4월 독일에서 세운 최장시간 농구기록(33시간 35분)을 깨고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5년 10월, 뉴먼 가톨릭학생센터(NCSC) 인턴인 그렉 리치먼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난치병 어린이 지원 기관인 HDBA(Hoop Dreams Basketball Academy)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듀크대와 UNC가 '마라톤 농구'를 펼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제안을 두 대학의 NCSC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마라톤 농구'의 홈페이지(www.basketballmarathon.com)가 만들어졌고 자원봉사자가 줄을 이었다. 이 경기를 위해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경기 계획이 잡혔다. 대학농구(NCAA)가 리그 중인 것을 감안해 등록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으로 팀을 구성했다. 목표 모금액은 8만 달러였고, 경기시간은 58시간으로 정해졌다. 이번 경기로 모인 기금은 목표에 약간 못 미친 6만 달러(약 6000만원)였다.

마라톤 농구에는 양 팀에서 12명씩 24명이 출전했다. 한 시간을 뛰면 5분을 쉬었다. 5반칙 퇴장당하면 다시 코트에 들어오지 못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면 누적된 파울은 없어졌다. 학생들은 침낭을 갖고 와 경기 중간중간 교대로 새우잠을 잤다. 58시간 동안 학생들은 수시로 땅콩버터.사과.영양 과자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경기 후 양팀 감독들은 "경기 전략보다는 어떻게 학생들을 교체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UNC 1학년 브라이언 웨어는 "마지막 한 시간은 '영원'처럼 길었다"며 경기를 무사히 마친 것을 기뻐했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