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구 5000만 지키자] ‘신생아 40만’ 붕괴 우려…저출산 컨트롤타워 강화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8년 차 직장인 성모(30·여)씨는 올해 결혼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다 갚지 못한 데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남자친구는 가족 생활비를 대느라 대출을 받았는데 그게 아직 남았다고 한다. 성씨는 “주변에선 ‘어차피 결혼할 것 빨리 하라’고 하지만 집 구할 돈이 부족하다 보니 남자친구도 결혼을 부담스러워한다. 집값이 덜 비싼 외곽에 신혼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신생아 40만6000명 역대 최저
청년들 “집값 부담에 결혼도 포기”
10월부터 21만 명 난임시술 지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 대책도 필요”
각 부처 국장급, 민간전문가 22명
실무위원회 구성해 인구정책 총괄

“좋은 아빠, 가장, 좋은 연봉, 내 집 마련…. 청년에게 결혼은 부담입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이 12.5%를 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연애·결혼·출산 3포 세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대 휴학생 유재은(27)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총리실 주최 ‘저출산 극복 행사’에서 청년들의 고충을 이렇게 항변했다.

당시 반지하 월셋방에 살던 유씨는 “월세·통신비·생활비·교통비·관리비로 월 80만원의 고정지출이 나가는데, 월 150만~200만원의 월급으로 어떻게 결혼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집값 상승, 청년실업률 증가 등이 겹치며 지난해 출생 아동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정부가 9일 잠정 집계한 지난해 출산 아동은 40만6000명이다. 2015년 43만8420명보다 7.4%(3만2420명) 줄었다.

이에 따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1.24명에서 1.17명으로 줄었다. 이는 약 10년 전 수준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올해가 더 걱정이다. 지난해 1~10월 결혼 건수가 22만7900건으로 역대 최저다. 2015년보다 6.4%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신생아 수가 4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100조원 넘게 저출산 극복에 투자해 왔지만 출산율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것이다. 돈을 많이 쓰긴 했으나 이 중 80%가 보육 지원에 편중돼 실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보육 지원은 저출산 대책이라기보다 아동복지 정책에 가깝다.

그동안 정부가 선진국의 제도를 많이 이식해 얼기설기 저출산 지원책이 모양새는 갖춰 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 분위기가 따르지 못한다. “회사에 임신했다고 알리니 ‘그만두라’고 해요. ‘실업급여라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더니 업무를 바꿔버렸어요. ‘육아휴직 하려면 퇴사하라’네요.” 한 직장 여성이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에 호소한 사연이다.

저출산 정책의 중심 타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다. 하지만 2015년 12월 이후 열린 적이 없다. 출산율이 급락하자 이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교육부·환경부 등 6개 부처는 이 위원회 산하에 ‘인구정책개선기획단’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저출산 대책을 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기획단엔 정부부처 국장급과 민간 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를 구성한다. 복지부 내 운영지원단 인력도 15명 내외로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 10월부터 난임 부부 21만5000명의 시술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복지부 우향제 출산정책과장은 “건보를 적용하면 지금보다 시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 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지난해 출산율이 떨어졌으면 올해·내년을 포함해 3년 평균이 올라가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신혼부부 주거 환경 개선과 세액공제 확대, 비혼모를 포함한 한부모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저출산 대책과 별도로 10월엔 간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간염·간경변 환자나 의심 환자 200만 명이 대상이다. 환자 부담이 현재의 6만~20만원에서 2만4000(동네의원)~7만2000원(대학병원)으로 줄어든다. 또 뇌성마비·뇌전증(간질) 등 비용 부담이 큰 질환은 환자 부담을 10%로 줄이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기간 위조·변조 ▶사료·공업용 원료 사용 ▶수질검사 부적합 물 사용 등의 7가지 부정 행위를 1회라도 하다 적발된 업소는 바로 영업 등록·신고를 취소하기로 했다.

강찬수·신성식·남윤서 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