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가술술] 엄마·아빠 체온 담아 영어책 읽어주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하지만 이런 일은 자칫 지나친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도 있고,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텍스트 위주의 영어교육으로 인해 입도 못 떼는 경쟁력 없는 국민을 양성했다는 비판처럼 또 다른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현재 초등영어교육의 목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과 외국의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해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해 영어교육은 총체적으로 접근(Whole Language Approach)해야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학습은 시작 단계에서는 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이렇게 꾸준하게 공부한 친구들이 3~4학년이 되면 친구들과 학습과 연결된 문제를 놓고 영어로 토론도 하고, 그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글로 쓴다. 이를 보면서 교육의 힘이 놀랍다는 걸 새삼 느낀다.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이렇게 교과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 기반 아래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응하는 것이다. 단순히 생활영어로 말하는 것을 의사소통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 영어교육이 더 효율적일까. 신입생 학부모들이 갖는 관심 중 가장 큰 부분이다. 저학년을 지도하는 원어민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우리글인 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이나 차이가 없다. 언어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움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항상 영어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제2 언어가 아니라 외국어다. 어린이들이 학교 밖을 나가서는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다. 이런 환경 속에서 편하게 영어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유아기가 아니라 입문기에 새로운 언어인 영어를 배울 때는 영어보다는 모국어를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입학 당시 모국어가 잘 돼 있는 어린이는 영어를 배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모국어는 저절로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영어를 배운 어린이 중에는 영어도 모국어도 모두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혼란에 빠져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배움과 동시에 글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이 한글을 처음 배울 때 한두 글자를 익힌 후에는 뜻을 모르더라도 길가의 간판이나 책의 제목을 읽으며 그 뜻을 익혀 나간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먼저 알파벳 낱자를 익히고 각각의 낱자가 갖고 있는 소리 값을 알아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언어 교육의 시작이다.

문자를 익히지 못한 상태라면 부모님이 어린이를 따뜻하게 안고 읽어주면 된다. 만일 부모님이 영어 발음 때문에 읽기를 꺼린다면 책을 보면서 녹음을 들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 혼자 녹음된 내용을 들으라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심옥령 영훈초교 교감

옆에서 같이 읽어주거나 들려주면서 적절한 질문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 간에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책에 나온 문장은 정선된 문장들이다. 또한 책의 내용은 그들의 문화와 관습, 문화를 넘어선 보편적 가치를 터득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보다 좋은 언어 교육은 없다고 현장의 교사들과 학자들은 말한다. 이런 습관을 어린이들에게 길러줄 수 있는 부모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교육을 할 때는 이것을 왜 하는지,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하는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획 단계에서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교육은 마라톤이다.

심옥령 영훈초교 교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