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서 1300여 년 전 한반도 제작 추정 불상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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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교토의 묘덴지(妙傳寺)에 있는 50㎝ 크기의 반가사유상. 오사카대와 도쿄 국립박물관 연구팀의 감정 결과 문양과 금속 성분 등을 봤을 때 13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됐다. [뉴시스]

일본 교토의 묘덴지(妙傳寺)에 있는 50㎝ 크기의 반가사유상. 오사카대와 도쿄 국립박물관 연구팀의 감정 결과 문양과 금속 성분 등을 봤을 때 13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됐다. [뉴시스]

일본 교토(京都)의 한 절에서 삼국시대 또는 통일신라시대 초기인 7세기께 한반도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불상이 발견됐다고 NHK가 지난 7일 보도했다. 교토시 묘덴지(妙傳寺)의 반가사유상은 높이 약 50㎝의 청동 불상인데 그동안 에도(江戶)시대(1603~1867)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삼국시대나 통일신라 초기 만든 듯
금속 성분비 6~7세기 불상과 일치

오사카(大阪)대와 도쿄 국립박물관 연구팀은 불상을 재감정한 결과 이마에 새겨진 문양과 장식품 용(龍)의 디자인 등이 6~7세기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불상이나 출토품의 특징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일본에 불교가 들어오고 얼마 안 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금속 성분은 동(銅)이 90%, 주석이 10%가량으로 납은 거의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금속 비율은 중국과 일본의 불상이 아닌 7세기께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불상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후지오카 유타카(藤岡穰) 오사카대 교수는 금속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X선을 불상에 투여한 뒤 반사되는 X선의 파장을 비교하는 ‘형광 X선 분석법’을 사용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국보급으로 여겨질 최고 수준의 불상으로 이런 불상이 발견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가사유상이 어떤 경위로 1477년 지어진 묘덴지에 오게 됐는지는 확인이 안 된 상태다. 묘덴지 측은 불상의 가치를 확인한 뒤 도난을 막기 위해 진품을 박물관에 맡겼다. 대신 전문업자에게 의뢰해 복제품을 만들었다. 3D 스캐너로 미세한 디자인의 입체적인 데이터까지 파악한 뒤 최신 기술과 전통 기법으로 1300여 년 전 불상을 실물과 거의 똑같이 만들어 절에 안치했다. 아라키 마사히로(荒木正宏) 묘덴지 주지는 “박물관에서 많은 분이 보기 바란다. 절에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뒤 불상을 다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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